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뚱보의 삶을.
왜 살이 찌면 안 되나요? 살이 찌면 건강이 나빠지는 게 사실인가요?
나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이런 질문을 하곤 합니다.
몇 년 전 건강검진 중 위내시경 종목이 있어서 검사를 받았을 때였어요. 판독을 해주시는 의사 선생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저를 딱 보시더니 "위 하나는 끝내주게 좋다는 걸 내가 검증합니다!" 그러셨답니다. 반은 좋고, 반은 부끄러운 그 오묘한 느낌을 간직하고, 나는 위장이 정말 정말 깨끗하고 좋다는 확신을 가진 나머지 잘 먹을 결심을 하고, 먹히는 대로 먹었고, 원하는 대로 먹었고, 입맛 땅기는 대로 먹었으며, 목까지 차오를 때까지 먹기를 수시로 하였습니다.
그랬는데 다음 달 건강검진에서 간에 문제가 생긴 거예요. 구리가 많이 검출되었다며 큰 병원에 가서 정밀하게 검사를 맡으라고 하여 정말 큰일이 난 줄 알고 큰 병원에 갔어요. 그때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최근에 갑자기 살이 찌지 않았나요?"
"네. 한 달 새 10kg이 쪘어요."
"갑자기 살이 쪄서 구리가 많이 나온 거예요."
"살이요?"
"지방간이라고 들어보셨죠?"
"네."
"살만 빼면 아무 문제없어요."
"예? 아니 근데 선생님~. 저보다 더 뚱뚱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은 왜 멀쩡한 거죠?"
"멀쩡한 거 아니에요. 뚱뚱한 사람은 무조건 지방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간도 세포라서 몸에 살이 찌면 같이 살이 쪄요. 몸에 살이 빠지면 같이 빠지고요."
그러면서 울상을 짓고 있는 나를 보며 피식 웃으시더니
"갑자기 살이 찌는 바람에 구리가 많이 나온 거고, 살만 빼시면 아무 문제없어요."
위장이 좋아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간이 힘들어하는 아주 기가 막힌 상황이 되었던 것이죠. ^^ 미안하다 간아. 사랑한다 위장아.
"반 백 살이 되고 나니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찐다."라고 말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그랬어요. 먹는 것보다 안 찌는 편이라고 말이에요. ㅎㅎㅎ
저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으며 힘든 삶을 살아왔어요. 그러다 뒤늦게 찾은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이 바로 이 먹는 행복이거든요. 이것만큼 확실하고 자주 느낄 수 있는 행복이 또 없다는 것을 요새 부쩍 많이 느끼고 있는데요, 놓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선지 자꾸만 눈이 자동으로 반달눈이 되고 있고, 볼따구가 빵빵해지며 보톡스라도 맞은 듯 코 옆에 입 위에 위치한 팔자주름이 사라지며, 동안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 행운이 따라오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많이 먹고 행복한 끝에 따라온 살이라는 놈이 제 몸을 가득 채워주고 있는데요, 이 살이 또 자꾸 불러들이는 것이 하나 있어서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먹은 것만큼 운동을 하라! 애정 어린 충고라면서 제게 운동을 권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는 것인데요, 저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싫어!
운동은 참 힘든데 지겨워요. 그래서 "내 건강은 내가 챙긴다!"라고 외치며 "나를 붙잡지 마" 하고 팍 뿌리치고, 잘 먹으며 운동 안 하고 할 일이나 하는 마이웨이~ 하고 싶은데요, 저번 달에 독감에 걸리며 나의 외침은 힘을 잃고 말았습니다. 맙소사.
남의 눈에 예쁘게 보이기 위해 날씬하려고 하는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이라면 죽어도 하지 않겠지만 건강 때문에 살을 빼야 해서 해야 하는 운동이라면 해야 한다는 것 잘 압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도 운동은 나의 건강을 해친다고 거절하였습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하지 않았어? 맛있는 거 못 먹으면 스트레스, 하기 싫은 운동 억지로 하면 스트레스, 단식하며 운동을 병행하는 그 즉시 나는 스트레스로 인해 내게 있던 자그마한 건강을 잃게 될 것이고, 내 안에 있던 자그마한 병을 큰 병으로 키우게 될 거야!"
이런 말을 했더니 남편이 제게 말했습니다.
진짜 대단한 궤변론자 나셨다고 말입니다. ^^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한평생, 녹록하지 않은 삶 속에 먹는 것이 주는 행복을 좀 만끽하며, 하고 싶지 않은 운동은 자제하므로 스트레스받지 않는다면 피둥해지지만 행복은 가득한 나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누가 뭐래도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뚱보의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