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진마스크는 사랑을 싣고>
내가 한 일은 아니지만 내가 있기 전 인연을 맺은 어느 리조트에서 이틀동안 일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곳으로 그 펜션 직원분 세 분이 잠깐 파견을 오셨는데, 동남아인 같으셨다.
그분들은, 원래 본인의 일이 아닌데 추가로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셔서인지 그다지 얼굴이 밝지 않으셨다.
그래도 나는 우리 일을 함께 하게 된 분이시니까 밝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인사를 드렸다.
청소가 시작되었을무렵 먼지가 부쩍 많이 나는 현장이었다. 나는 마침 지나가다 얼핏 그 세 분이 방진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을 캐치하게 되었다. 나는 얼른 뛰어가 우리에게 있는 방진마스크를 들고와 세분께 드리며 "이거 쓰고 하세요." 했고, 그 세 분께서는 "괜찮아요." 하고 거절을 하셨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나는 걱정어린 목소리와 단호한 목소리로
"건강에 나빠요. 어서 쓰세요."
나와 눈이 마주친 그 해외 직원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았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며 "여기요" 하고 더 가까이 드렸고, 그분들은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받아서 쓰셨다.
문득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몇 시간 뒤 혼란한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난다.
그리고 놀랍게도 일부 우리나라의 정치인과 결탁한 이슬람 무장단체가 우리나라를 삼키기 위해 테러를 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동남아라고 생각했던 그 분들은 알고 보니 이슬람인이었고, 알카에다에 준하는 무장단체 소속이고, 일당백의 유능한 테러리스트인데 우리나라에 외국인노동자로 위장하여 잠입해 있다가 테러를 시작하였다. 이 리조트에 잠입한 이유는 단 하나, 이곳에 유명한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자주 휴양을 와서 비밀리에 회담을 가지곤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리조트에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포로로 잡아들이게 된다. 그때 우리도 일을 하다 말고 포로로 잡히게 되는데, 우리를 알아본 저 세분이 다른 사람들 모르게 우리에게 출입구를 알려주며 우리가 도망갈 수 있도록 길을 내주고 몰래 엄호해주는 것이다. 내가 내민 방진마스크를 잊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했더니 껄껄 웃더니 "말도 안되는 상상인데?" 그랬다.
사실 내가 이 상상을 굳이 남편에게 길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
"여보, 내가 이런 상상을 한 이유는 말이야, 우리가 베푼 호의는 어느 순간 어떻게 돌아올지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야. 우리 지금 당장 무언가 얻지 못한다고 해서 손해만 입는 것 같이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이 호의들이 쌓여서 어떤 형태로든 우리를 도와줄거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여보~ 그러니까 우리 오늘처럼 크진 않지만 늘 먼저 호의를 베풀면서 살자."
남편은 흔쾌히 그러자고 하며 내게 당신은 참 대단해~ 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칭찬을 냅다 던져주었다.
뭐 나의 상상이 실제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럼 전쟁이나 테러가 일어나야 한다는 얘긴데.... 없던 걸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