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와 함께 글쓰기 3
어느 날 문득, 내 마음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 앞에선 멀쩡해 보였지만, 속으론 자꾸만 덜컥거렸다.
무언가를 붙잡고 싶었지만 손에 잡히는 건 없었고,
세상이 나만 두고 앞으로 달려가는 것만 같았다.
그때 누군가 내게 말해줬다면 좋았을까.
“흔들려도 괜찮아. 뿌리는 지금, 더 깊어지고 있어.”
아무도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기에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을 배웠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솔직하지 못했고,
비겁하게 숨겼고,
달아나기 바빴고,
숨 가쁘게 변명했다.
그땐 그것만이 최선이었다.
세상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고,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흔들린다는 걸 아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질까 두려웠다.
그래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고,
웃는 얼굴로 속을 감췄고,
잘 지낸다는 말로 나를 속였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 흔들림이 나를 자라게 했다.
그 모든 숨김과 도망 속에서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스스로를 용서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느꼈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엎드렸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더는 도망칠 곳이 없던 그때,
내 안에 남은 마지막 힘으로
조용히, 흙을 일구기 시작했다.
무너진 자리엔
비로소 새로운 평야가 펼쳐졌다.
잡초도, 돌멩이도 많았지만
내가 걸어온 모든 흔들림이
그 땅을 기름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시작할 수 있는 평야를 얻었다.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내 자리,
흔들릴 수 있어 더 깊어질 수 있었던
한 사람의 인생이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굵어지고
가지가 늘어났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만
쓰러지진 않았다.
비가 오면 젖지만
금세 햇살을 받아냈다.
누가 알아보지 않아도
나는 매일, 자라고 있었다.
숨겨두었던 상처는 이파리가 되었고,
그늘이 필요한 이들에게
조용히 머물 자리를 내주었다.
살아낸다는 건
거창하지 않았다.
다만, 쓰러지지 않고
조금씩 자라나는 일이었다.
수백 년을 자라고,
또 수백 년은 흔들리기에
삶은 의미를 갖는다.
그 흔들림 속에서 나는 자라고,
자란 만큼 다시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흔들림은 쓰러짐이 아니라
더 깊어지기 위한 시간이라는 것을.
나는 아직도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게 괜찮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