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문제인지 어제까지 잘 몰던 차가 새벽에 방전이 되어있었다. 흔히 생각하는 문을 잘못 닫았다 이겠지 하며 셀프 점프를 시도해 보았다. 물론 남편이. ㅎㅎ 추워 죽겠는데, 해도 아직 깨나지 않은 이른 시각에 남편과 내 안에 잠들어있던 화가 화르르 봉인해제 되려고 하는 위기가 몇 번 지나갔다.
남편이 카센터를 다녀오자마자 차 상태보다 카센터 사장님 상태 걱정을 먼저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늘 가는 카센터인데, 그 사장님께서는 늘 생기 잃은 얼굴과 다소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로 고객들을 맞으시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오늘에서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며 남편이 침을 튀겨가며 말하는데, 그 첫 번째 이유가 사장님의 허리가 너무 아프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허리병이라는 것이 완치라는 게 없는 고질병인지라 이 일을 쉬어야 하는데, 알면서도 쉬지를 못하는 이유가 후임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젊은 사람 중에 이 기술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게 사장님 말씀이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전에는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었다. 그런데 정작 젊은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청년 일꾼들이 없다고 힘들어한다. 카센터 사장님처럼 말이다. 내 짧은 소견으로는 요새 청년들은 힘들고 어려운 일은 하기 싫어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3D 직업을 좋아할 사람이 이 세상천지에 누가 있겠는가마는 일자리가 없어서 백수가 되느니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너무 힘든 길이 될 수도 있지만 기술을 배워서 돈도 벌고 세상에 필요한 밑거름이 되는 것 나는 절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직업(職業)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을 말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먹고살려면 누구든 직업을 가져야 한다.
내가 어릴 때 엄마가 나를 향한 한 가지 소원이 있었다면 당신의 딸이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나도 선생님이 되는 것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나는 교대를 가지 않았고, 많은 곳을 다니며 많은 것들을 보는 간접경험을 하면서 동시에 돈을 버는 길을 선택하였다. 그냥 교실에 가만히 앉아 아이들을 가르치는 길이 나와 그렇게 맞을 것 같지 않았다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지만 솔직히 선생님이 될 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
공부를 해야 할 사람들은 공부를 하자. 그러나 공부에는 영 재주가 없는데 일머리가 잘 돌아가고, 남다르게 손재주가 좋고, 기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기술을 배우자. 카센터에 청년 직원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블루오션이다.
일을 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만났던 어떤 현장이었는데, 어떤 콤프회사였나? 꽤 튼실한 중소기업이었다. 그곳 사장님께서도 젊은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셨다. 나더러 아들이 있으면 여기 취직시켜 줄 테니 좀 데리고 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로 간절해 보이셨다. 새 직원을 구하는데 20대는 아예 지원자가 없었고, 30대는 주말이 없다면 절대로 취직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하고, 결국 40대 직원을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왜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하던데, 이곳엔 젊은 일꾼들이 없다고 하는 것일까? 다들 선생님이 되고자 교대나 사범대로 갔을까? 교수님이 되기 위해 석박사 학위를 따고 계실까? 거꾸로 해도 우영우, 우영우 변호사처럼 억울한 사람 도와주는 검사, 변호사가 되고자 법전을 달달달 외우며 사법고시 준비 중이신가? 글 쓰는 게 너무 좋아 차기 한강 작가님을 노려보며 오늘도 습작 중이실까? 각종 의학 책들 원서로 봐가며 아픈 사람 치료해 주는 미래의 슈바이처 혹은 나이팅게일이 되고자 의학 공부 중이신가? BTS 혹은 블랙핑크 사진을 자기 방 문에 붙여놓고 장차 연예인이 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회사 문을 두드리며 오늘도 열심히 오디션을 보고 있을까?
아이돌을 그만두고 페인트공을 하고 있는 어떤 분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분은
“뭐라도 해보려고 휴대전화 가게 일도 해보고, 영업도 해보고 했는데 하루, 한 달 넘기기가 힘들더라. 페인트 일 처음 시작했을 때도 많이 힘들었다. 먼지도 많이 묻고 페인트도 많이 튀고 무거운 것도 많이 든다. 하지만 버티면서 하면 할수록 기술이 늘지 않나. 제 일당도 오르고. 땀 흘려서 버는 돈의 가치도 알게 된다”며 만족해했다. 일당 18만 원이라고 한다.
이처럼 기술직의 가장 큰 장점으로 땀을 흘리고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고, 정년퇴직이라는 것이 따로 없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권해본다. 기술직으로 창업을 해보자고 말이다. 내가 보기엔 요즘 이게 블루오션이다. ㅎㅎ 전적으로 기술직에 종사하고 있는 내 생각이지만 말이다. 기술직에 종사하시던 노령자 분들께서 이제 다들 은퇴를 하셨는데, 그간 기술자들이 생성되지 않아 다들 숙련된 기술자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 기술직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의사, 변호사 보다 낫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고 본다.
고무적이라고 할까? 목수, 도배사, 배관공, 페인트공 등 기술직에 빠진 MZ들 얘기를 기사로 접한 적이 있다. 사무실에서는 그냥 하나의 부품처럼 느껴졌다면 기술직은 자기가 하는 만큼 인정받고,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으며, 땀 흘린 만큼 보람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며 흘린 땀은 정직한 소득을 안겨주면서 오랫동안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