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공연예술 정책: 다양한 지원 장치
독일의 공연예술 정책에는 공공극장,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제도권 밖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독립무대와 같은 다양한 장치가 존재한다. 지원되는 프로세스는 다르지만 독립무대(독립극장) 또한 마찬가지로 공공지원금 덕분에 존재한다. 독립 무대의 지원은 한국의 문예진흥기금, 지방 문화재단 등과 유사하게 예술가나 단체가 직접 연방, 주정부, 지자체 문화예술 프로젝트, 재단에서 주최하는 기금 신청이나 공모사업 지원을 통해 이루어진다. 프리랜서 예술가가 예술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금의 성격이 비슷하다. 이러한 공적 지원 시스템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예술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며 창의적 문화예술 산업에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독일의 독립무대는 공공극장의 영역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메워주기 위함이며 예술가와 그들의 창작물이 지속, 생산되도록 하는 공공장치이다. 독립 무대의 창작물은 보편적으로 소외 계층, 여기서 말하는 소외는 젠더, 인종, 장애,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결합 소위 주류에서 벗어난 실험적, 창의적 작품들을 말한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다) 독립 무대는 예술가 개인, 예술가 그룹, 독립예술 및 사립기관까지 포함한다. 즉 제도권 밖의 모든 예술가와 예술가 그룹 및 단체라고 보면 된다. 영역별 연대 그룹이 잘 형성되어 있는 독일답게 독립무대예술가 협회에 가입된 프리랜서 예술가가 27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또한 예술이 본업인 프리랜서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가사회보장보험(건강, 연금, 장기요양)도 존재한다.
Berlin - HAU Hebbel am Ufer
Hamburg - Häusern Kampnagel
Dresden-Europäische Zentrum der Künste Hellerau
Düsseldorf - Forum Freies Theater, Tanzhaus
Frankfurt - Mousuntum
위에 나열한 극장은 독일에서 잘 알려진 독립극장들이다. 이런 독립극장에서 독립무대(독립앙상블) 및 프리랜서 예술가들이 활동한다. 독립극장은 지자체로부터 운영팀의 인건비와 건물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일정 기간을 두고 상주예술가(독립극단, 독립 앙상블)가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과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고용된 운영팀은 무대에 세워질 예술가, 앙상블그룹 등을 선발하고 장단기 프로젝트를 위한 기금 및 펀딩으로 재원을 조성한다. 운영팀의 인텐단트(총감독)와 드라마터기는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선발하는 공연예술 큐레이터이다. 공공극장과 다르게 과감하고 혁신적이며 독특한 인디 문화를 주도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무용, 연극, 음악, 퍼포먼스, 시각 예술, 미디어 아트, 문학, 영화, 라디오 연극, 클럽 아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고용된 예술가 없이, 공공기금으로 건물 운영과 운영 인력의 인건비를 조달받고, 상주 및 입주 단체를 운영하고, 선별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만 놓고 봤을 때 한국의 문예/예술의 전당 일부 흡사하다. 문제는 작품과 예술가 선발기준, 공연기획에 있어 독립극장/독립극단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의 공공문화예술정책을 조사하다 독일, 유럽의 문화정책을 비교하는 자료들을 몇 개 찾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독일 문화예술 정책의 중추인 공공극장과 오케스트라에 대한 정보, 이 시스템이 지역 안에서 양적 질적 문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언급은 특별히 없었다. 유럽에서는 예술가 지원금과 프로젝트 기금, 코로나 때 온라인 플랫폼 활성을 위해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 등 곁가지만 선별적으로 나열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니 우리도 더 다양한 형태로 이름을 붙인 ‘공공지원금(공모사업)’을 만들어 봅시다!라고 느껴졌다면 비약이 심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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