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연 예술계는 세계적인 예술적 역량과 풍부한 콘텐츠를 자랑하지만, 이를 담아낼 공동 창작 기반(플랫폼)이 부재하다. 연극, 음악,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양은 넘쳐 나도, 이를 체계적으로 제작하고 관객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공공극장은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대관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극장이 창작의 중심이 아닌 단순한 '빌려주는 공간'으로 전락하면서, 한국 공연예술은 콘텐츠의 양에 비해 그 수준은 고만고만한 상태가 되어 있다. 대관 중심의 운영 방식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기보다는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극장은 극장대로 수익성 압박 속에서 공공적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
Commons(공공 자산)는 공동체가 공유하고 관리하는 자원이나 구조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자원에 그치지 않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사회적 구조를 포함한다. 이러한 과정은 Commoning(공동 창작 활동)이라고 불리며, 자원의 관리와 창출, 그리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공동체의 의지가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독일의 제작극장은 단순히 공연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창작의 중심지이자 공동체의 자산으로 기능한다. 제작극장은 상주 예술가와 제작진을 고용하여 공연 기획과 제작을 주도하며, 공연이 단순한 상품 소비가 아닌, 관객과 커뮤니티의 참여 속에서 창작된다. 이러한 제작극장은 공동 창작 활동을 체계적으로 가능하게 하고, 다양한 예술 장르와 공동체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한국의 공공극장 생태계의 문제점과 기존 예술단의 운영 방식 및 정당성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로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프리랜서 예술가들도 간헐적 기획 공연에 의존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물론 제작극장은 모든 예술가에게 기회를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30~50만 도시의 생계형 예술가가 정규직, 기간제,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임에는 분명하다. 제작극장이야말로 예술가와 공동체가 함께 창작의 가치를 실현하고, 최적화된 공공재로서 ‘commoning’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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