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름 시가지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있다. 간식거리, 뱅쇼(글뤼와인), 크리스마스 장식, 수제품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12월 독일 모든 도시의 풍경이다. 울름 극장은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마켓의 한 코너에서 극장을 홍보했다. 마케팅 부서 주최로 사은품 및 극장 굿즈를 비롯해 음반 등을 판매하고, 무엇보다도 정회원을 모집한다.
독일 레퍼토리 제작 극장의 정회원 마케팅은 단순히 관객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극장의 재정 안정의 핵심적인 축을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독일 극장의 정회원 좌석 점유율은 50% 이상에 달하며, 우리 극장을 포함한 많은 극장이 70%를 초과한다. 이는 극장 자체 수입의 상당 부분이 지역 주민들이 구매한 회원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의 공공 극장은 대부분 여러 장르를 아우르고 있어, 회원권의 구성도 이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오페라, 연극, 발레, 뮤지컬과 청소년 극단이나 어린이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6개 장르로 구성된다. 회원권은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경우도 있고, 장르별로 세분된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요일별 회원권, 가족권, 오케스트라 정기 연주 회원권 등 관객의 취향과 일정에 맞춘 다양한 옵션이 마련되어 있다. 독일 공공 극장의 회원권은 보통 20가지 안팎이며, 울름 극장은 19가지이다.
독일 공공 극장의 티켓 가격은 착하다. 울름 극장 오페라 티켓의 경우 A석 52유로, B석 46.50유로, C석 43.50유로, D석 36.50유로, E석 31유로로 구성된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2배라는 점을 고려하면(ChatGPT: 2023년 기준 약 2.3배), A등급 티켓의 가격은 원화로 4만 원에 불과한 셈이다. 전체 예산에서 지자체나 해당 시로부터 받는 극장 보조금은 평균 85%이며, 이를 연 방문객 수로 나눠 1회 방문당 보조금이 책정되므로 보다 저렴한 티켓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다른 계산으로 공연(행사) 수 × 작품 횟수 × 최대 수용 인원(좌석 수)으로도 가능함) 물론 공연이 서너 번에 그치지 않고 10회 이상인 점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일정 기간 동안 한 작품만 상연하는 스타치오네 형식이 아닌, 매일 다른 장르의 다른 작품이 상연되는 레퍼토리 공연 형식도 관객 선택 폭을 늘려준다.
프리미어 정회원권은 할인이 없다. 하지만 좌석 선점 혹은 첫 공연의 뜨끈뜨끈함을 맛보기 위해 구매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평일 및 주말 공연 정회원권은 좌석의 평균 점유율을 고려해 5~25%(40%까지 할인하는 극장도 있다)까지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 울름 극장 프리미어 정회원권 12개 공연의 A석 가격은 583유로이다. 한화로 약 87만 원(1500원 기준)이다. 시즌 동안 매달 한 개 공연을 관람하는 셈이다.
만약 한국의 중소도시에 이런 제작 극장이 구현된다면 시즌 프리미어 연극/음악극/무용극 포함 12작품 A석/50만 원, B석/40만 원, C석/30만 원으로 정기회원권을 구성할 수 있겠다.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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