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원예고 성악과 학생들의 독일 울름극장 방문기

10년 뒤, 한국의 제작극장에서 다시 만납시다

by Arete

한국의 계원예고 성악과 학생들 12명이 (3월부터 고2)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독일 제작극장 체험의 일환으로 울름극장을 방문했다. 사실 이를 위해 작년 2월부터 이야기가 오갔다. 이 프로젝트가 울름극장에서 실현 가능한지 극장장과 경영총감독을 비롯해 음악총감독과 교육 파트까지 함께 회의를 했고, 승인이 난 뒤 계원예고의 학사 일정과 극장 측의 일정을 조율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담당자 및 강사를 섭외하고 극장 내 공간을 예약하는 한편, YTN 촬영까지 진행하게 되어 저작권 및 초상권과 관련된 촬영·참관 가능 여부 등 여러 절차를 거쳐 프로그램이 최종 확정되었다.


전체 프로그램은 토요일 오후에 도착해 짐을 풀고, 다음 날 일요일 퓌센 백조의 성과 구시가, 축제극장을 둘러본 뒤 아욱스부르크 주립극장의 무용 공연인 '모차르트 레퀴엠'을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진행된 울름극장의 프로그램에는 YTN 촬영(월/화)이 병행되었다.



[극장 투어 / 무대 연기 수업 / 세미나 1]

극장 프로그램 첫째 날에는 극장 투어와 무대 연기 수업, 그리고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독일 극장에는 극장 투어를 담당하는 교육 파트가 따로 있다. 한국 포함 보통의 콘서트 전용홀은 규모나 좌석 수, 건축비, 유명 건축 디자이너 등을 강조한다면 제작극장은 다르다. 극장 안 수많은 공간이 왜 존재하며 어떻게 운영되는지, 각 공간의 기능은 무엇인지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641550056_891809247184412_5327268729558178914_n.jpg 극장교육 담당 선생님과 극장 가이드 전에 한 컷
641601086_891809323851071_465817793693235773_n.jpg 울름극장 내부 탐방


무대 연기 수업은 극장 교육 파트의 배우 출신 강사가 진행했는데, 제스처와 억양, 소리와 상황 설정만으로 수많은 변주를 만들어내고 체험해 보는 시간이었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한국과 독일의 생활 양식이 달라 해석이 갈리는 모습에 서로 컬처 쇼크를 받았다는 후문이 있다.


KakaoTalk_Photo_2026-02-28-02-26-56.jpeg 연극교육 선생님과 워크숍


이어진 세미나 1에서는 한국에서 성악 학사를 졸업하고 독일 석사를 거쳐 울름극장 합창단원으로 취업한 박성은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다. 우리 극장의 매 시즌 대부분 오페라 작품에 캐스팅된 경험과 유럽 콩쿠르 도전기 등, 성악과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열정적이고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639174342_891809490517721_8422765951058563254_n.jpg 박성은 선생님과 세미나1


[마스터클래스 Plus/ 무용 워크숍 / 오페라 '로베르토 데브뢰' 최종 리허설 관람]


둘째 날에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성악과 안드레아스 마코 교수님의 마스터클래스가 오후까지 이어졌다. 니더바이언 극장 음악코치 정경아 선생님의 반주로 진행되었고, 박성은 선생님이 통역을 맡아주셨다. 아이들이 이 레슨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을지 느껴질 만큼 실력을 보여주었다.


640161817_892899550408715_6431030748371043083_n.jpg 마코 교수님과 그밖에 도움을 주신 선생님들과 한 컷


오후에는 무용 워크숍과 오페라 '로베르토 데브뢰' 최종 리허설 관람이 있었다. 성악가는 무대 위에서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몸을 자연스럽게 쓰는 법과 박자, 리듬에 맞춰 약속된 규칙대로 혹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법을 배웠다. 우리 극장 대표 무용수인 박승아 선생님의 주도 아래 무용 안무 및 교육 담당 가에탕 선생님과 열정적인 수업이 두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640297634_892899587075378_8788149286644660378_n.jpg 무용 워크숍 중
640334889_892899643742039_7592201885233669612_n.jpg 박승아 선생님, 가에탕 선생님과 한 컷


저녁에는 '로베르토 데브뢰' 최종 리허설을 관람했다. 저작권 때문에 연출자의 승인을 얻어 촬영 허가를 받았으며, 아이들은 실제 현장을 직접 지켜보았다. 본래 독일 극장의 리허설 관람은 외부인의 경우 사전에 승인된 단체만 가능하며, 인원이 30명이 넘으면 소방 관련 보고를 통해 담당자를 배치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인터미션 시간에는 계원예고 출신인 우리 극장 제1바이올린 연주자가 인사를 하러 오기도 했다.


[독일 가곡 마스터클래스 1 & 2]

넷째 날에는 독일 가곡 마스터클래스가 있었다. 우리 극장 대표 소프라노 솔리스트 마리아 로젠도르프스키와 테너 마르쿠스 프랑케의 마스터클래스가 온종일 이어졌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이 컸겠지만, 두 선생님의 서로 다른 티칭 스타일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웠으리라 생각한다. 성악을 공부하는 16살 아이들 중 가장 기량이 뛰어난 학생들을 모아놓은 것 같아 미래가 참 밝다고 느꼈다.

KakaoTalk_Photo_2026-02-28-02-28-42.jpeg 로젠도르프스키 선생님의 마스터 클래스
641318045_893759490322721_2314919860007858189_n.jpg 마르쿠스 선생님의 마스터 클래스

[세미나 2 / 오르간 연주 감상 / 오페라 '로베르토 데브뢰' 프리미어 관람]


다섯째 날에는 '소모될 것인가,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예비 음악가인 아이들이 왜 발성 테크닉이나 노래 연습만큼이나 극장 시스템과 공연예술 시스템을 알아야 하는지 한국과 독일의 공연예술 시스템을 비교하는 현실적인 데이터를 제시했다. 그리고 독일 제작극장 사례를 통해 한국의 현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641491127_894750620223608_2046905360237726210_n (1).jpg 이진옥 선생님의 세미나


KakaoTalk_Photo_2026-03-01-21-13-44.jpeg 세미나를 들으며 열심히 메모한 학생의 노트


오후에는 원래 울름 시가지에서 버스킹을 하기로 했고 실제로 아이들은 준비까지 해왔지만, 마스터클래스에 대한 부담으로 취소했다. 그밖에 울름 돔(Ulmer Münster)의 오르간 부반주자인 이혜린 선생님의 배려로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께서 세 곡을 연주해 주셨는데, 8,900개의 파이프 소리가 울려 퍼지는 광경에 우연히 교회를 들른 한 할아버지가 멈춰 서서 눈물을 흘리시기도 했다. (옆에서 직접 목도함) 아이들에게 연주해 볼 기회도 주셨는데, 학생 중 한 명이 학교 교가를 연주하자 아이들이 다 함께 노래를 불렀다.


울름 돔 부반주자이신 이혜린 선생님의 연주


저녁에는 오페라 '로베르토 데브뢰' 프리미어를 관람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은 캐스팅이 예술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 역으로 작품의 난이도 때문에 젊은 소프라노를 섭외했다면 오히려 실망스러웠을 텐데, 연륜이 느껴지면서도 입체적인 음색을 가진 소프라노 클라라 콜로니츠는 탁월했다. 손색없는 테크닉과 연기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노래 잘하는 테너들은 대부분 음색이 비슷하다고 그껴지는데 굳이 색으로 표현하자면 연초록, 초록, 진초록…(테너알못 죄송) 로베르토 데브뢰 역을 맡은 우리 극장 솔리스트는 매번 느끼지만 음색이 너무 매력적이다. 푸아송의 그림 퐁파두르 여후작,, 그 드레스의 터키 옥색 같달까. 또한 바리톤 신대희 선생님과 테너 이중운 선생님의 비중과 역할을 보며, 한국 성악가들 없이 독일 극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 날 만큼 퀄리티가 대단했다. 우리 지휘자 또한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대단한 몰입과 앙상블을 끌어냈고, 커튼콜에서는 전원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프리미어 이후 열린 리셉션에서는 극장장이 직접 한국 학생들을 참석자들에게 소개하고 환영해 주어 아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어제 마지막 날에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바이에른 뮌헨 아레나와 뮌헨 오페라극장, 시청, 빅투알리엔 시장을 짧지만 알차게 관광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643752738_895533426811994_2309398986986903904_n.jpg 마지막 날 뮌헨 공항에서


극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정은 거의 내가 조율했지만, 그 밖에 아이들 인솔과 제반 사항을 챙기고 마스터클래스 선생님들 섭외부터 본인의 리허설 및 프리미어 일정까지 소화하며 물심양면으로 희생하신 이중운 선생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이 프로젝트에 강사로 참여하며 알차게 프로그램을 채워주신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이들이 이번 경험을 통해 단순히 "독일로 유학 오고 싶다"는 바람에 그치지 않고, 극장과 공연예술 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내 강연 마지막 멘트처럼, 이 아이들을 10년 뒤 한국의 제작극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s.1 고환율 시기에 비용 부담이 컸을 텐데 이를 기꺼이 서포트하신 학부모님들과 프로젝트를 추진하신 계원예고 박진형 선생님, 그리고 참여한 12명 아이들의 열정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p.s.2 아이들이 극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대부분 교복을 착용했는데, 그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p.s.3 이 프로젝트는 유럽한국예술인협회 케인(KANE: Korean Artists Network in Europe e.V.)이 주관한 독일 제작극장 체험 연수이며 독일 울름극장이 협찬하였다.


p.s.4 이 글은 울름극장의 오케스트라 매니저로서 이번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며 현장에서 느낀 소회이며, 제 개인 페이스북에도 공유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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