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식집사, 식물에게 인생을 배우다.

식물도 사랑받는 만큼 자라요

by 보드라워

식물을 참 좋아한다.

그 싱그러운 표정과 흔들리면서도 꿋꿋이 인내하며 자신의 열매, 잎을 피워내는 모습.

자기의 속도대로 성장하는 모습은 마치 마주친 이웃이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정겨움 같다.



장기간 여행으로 집을 비울 때면, 21개의 화분

(이번에 처음 세어보고 놀랐다)에게 인사를 건넨다.


'엄마, 잘 갔다 올게! 잘 자라고 있어. 금방 만나자!'


혹시나 내가 인사를 깜빡할 때면, 나갈 채비를 모두 마친 남편이 묻는다.


'풀들한테 인사 안 해?'

그럼, 아차차 하며 짐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한번 살피며 인사를 한다.


우리 집 식물 중, 들어온 순서대로라면 단연코 1세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홍콩야자.

채광이나 물 주기가 예민한 다른 아이들에 비해 크게 자리를 따지지 않고, 무난한 성격을 가졌다.

마치 '저는 괜찮아요. 다른 애들 먼저 돌보셔도 돼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잎에 쌓인 먼지들은 뭐죠?


어느 날은 공중 분무를 하다가 뾱 하고 올라온 새 잎을 발견했다.

아기의 손바닥처럼 귀엽고 푸른 새잎이 세 개나 올라와 있다.

초보 식집사에게 최고의 선물이자, 값진 보상 같은 순간이다.

'고마워, 너희의 그 노력 말이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식물을 좋아하는 식물 러버라면, 식집사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

힘도 없고, 시들한 화분을 보며 '저 화분은

이제 정리해야 하나? 죽은 건가?' 싶은 때가 있다.

내 경우에는 다른 때보다 더 신경을 쓰거나, 아예 포기한 경우 둘 다 있었다.


그렇게 가만 잊고 지내다가 그 옆을 지날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올라온 새 잎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떤 식물은 아주 자세히 살펴보아야 잎이 움튼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만약 보이는 결과, 겉모습만 보고 바로 휴지통에 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 작고 소중한 생명들을 만나지도 못 했겠지?


마치 우아한 백조를 멀리서 보며 '평온해 보인다.'라고 느끼는 우리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속에서 쉼 없이 발장구를 치는 백조의 노력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최근 배움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를 연구한 스태 퍼드대 심리학과 교수의 '마인드 셋'이라는 책에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다.


칭찬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아이의 '능력'을 주목하여 칭찬받은 그룹의 아이들은 IQ 점수가 낮아진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반면, 아이의 '노력에 대한 과정'을 주목하여 칭찬받은 그룹의 아이들은 IQ 점수가 향상되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상대방을 칭찬할 때에도, 노력이나 능력에 대해 주목하는 나의 태도가 상대방의 IQ 지수와 이후의 배움, 도전에 대한 자세를 결정한다는 것.

다소 신선한 내용이었다.


식물들에게도, 사람에게도 능력이나 결과보다

과정에 더 주목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시들시들하고, 힘이 없어 보이는 식물들이 있다면

로 버리지 않고, 조금 인내의 시간을 주었으면.

'열심히 성장하고 있지? 조금 더 힘내.'

라고 응원해주기를.



같은 이름을 가진 식물도, 분갈이를 해주어 따로

자기 집 장만에 성공한 아기 식물들도 각자 성장하는 속도가 다르고, 가지고 있는 표정과 크기, 모양이 달라 사랑스럽다.


매일 아침, 화분의 흙이 젖어 있는지, 바싹 말라있는 지를 살핀다.

나는 이 일이 식물들의 안부를 묻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식물의 안부를 살피는 일에서 오늘도 삶의 활력과 여유를 찾는다.

그리고 결과보다는 노력, 과정에 주목해 보려 한다.


'그 노력과 수고는 결코 헛되지 않을 거야. '

'너의 속도대로 잘 성장하고 있어. '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그리고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꼭 건네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