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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선호 Oct 23. 2024

엄마의 흔적

1부_죽음과 같은 이별

내게 남은 엄마의 흔적은

시 두 편, 사진앨범 하나, 가계부 하나.


글 쓰는 게 좋았던 한 소녀의 꿈은

옛 편지 속, 앳된 시 두 편으로 끝나고


앨범 첫 장에 활짝 핀 처녀의 곱상함은

한 장 두 장, 나에게만 그 자리를 내어준다.


일기장 한켠에 그려져야 할 여자의 마음은

어느덧 나의 생존을 위한 삶의 숫자들이 되었고


그렇게


한 소녀도, 처녀도, 여자도

이미 옛사람이 되어버린 채


이제 내게 남은 엄마의 흔적은

당신이 잘 키워준 마음 두 편과

오래 간직할 추억 하나와

지금 쓰고 있는 짧은 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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