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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선호 Oct 27. 2024

넋두리

2부_비로소 방황을 알았다

나이가 들면 늘어나는 것들 중에

주책이란 덕목이 있던가.


문득 눈 내리는 게

걱정인 나이가 됐다.


늦은 밤 한숨 섞인 담배연기로

몰래 공원을 찾는 나이가 됐고


사람은 싫고 정상은 아쉬워

훌쩍 산을 찾는 나이가 됐다.


아내랑 둘이 누워도

마음은 홀로 서있는 나이가 됐고


마누라 주름살, 나잇살 마저

오로지 내 탓인 나이가 됐다.


부모님께 받은 한 보따리가

어느덧 죄송한 나이가 됐고


자식에게 내미는 반 보따리가

더욱이 미안한 나이가 됐다.


나이가 들면 늘어나는 것들 중에

주책이란 덕목이 있던가.


하얀 눈, 머리에 뜨문히 내려

마당 한편 내리쓸고 또 쓸어도


아아, 이제는 정녕 눈 내리는 게

걱정인 나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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