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_비로소 방황을 알았다
나이가 들면 늘어나는 것들 중에
주책이란 덕목이 있던가.
문득 눈 내리는 게
걱정인 나이가 됐다.
늦은 밤 한숨 섞인 담배연기로
몰래 공원을 찾는 나이가 됐고
사람은 싫고 정상은 아쉬워
훌쩍 산을 찾는 나이가 됐다.
아내랑 둘이 누워도
마음은 홀로 서있는 나이가 됐고
마누라 주름살, 나잇살 마저
오로지 내 탓인 나이가 됐다.
부모님께 받은 한 보따리가
어느덧 죄송한 나이가 됐고
자식에게 내미는 반 보따리가
더욱이 미안한 나이가 됐다.
나이가 들면 늘어나는 것들 중에
주책이란 덕목이 있던가.
하얀 눈, 머리에 뜨문히 내려
마당 한편 내리쓸고 또 쓸어도
아아, 이제는 정녕 눈 내리는 게
걱정인 나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