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키우기
작달비가 지난 뒤 마당 가에는 온통 풀밭이다. 어쩌면 그렇게 성장이 빠른지 놀랄 지경이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이 드나드는 마당 주변은 풀을 뽑고 정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한번 땀을 솟고 정리하고 나면 한동안 유지되니 보람은 있다.
칠월은 성난 초록 들이 어디서나 아우성이다. 감히 이겨내지 못한다. 밭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대부분 농작물을 비닐을 씌우고 구멍을 뚫어서 심는다. 그러면 그 사이 풀들이 자라지 못한다. 집 주변도 온통 풀이다. 지난주 남편이 아침 내내 무섭도록 땀을 흘리며 예초기로 풀을 벴다. 한주가 지나니 또 언제 풀은 베어낸지 모르게 자라 올랐다. 이제는 못 본척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생각한다. 시비를 거는 사람을 계속 상대하여 싸우는 것보다는 무시하는 것이 옳을 때도 있다. 적당한 비유는 아닌데 그냥 그렇게 핑게를 데고 싶다.
깻잎 김치를 담을까 하여 들깨 밭으로 갔다. 밭이라야 가로 세로 뜀뛰면 열 발 크기이다. 집 뒤곁에 있어 자주 올라가 보지 않았더니 들깨는 이제 제법 자라서 허리춤까지 왔다. 들깨만 자란 것이 아니고 바랭이 풀이 함께 자라 들깨를 덮고 있었다. 아니 바랭이 밭에 들깨가 있는 꼴이었다. 들깨를 심을 때 남편이 구멍이 여럿 난 비닐을 씌웠더니 그 구멍 사이사이에 모두 풀이 자라난 것이다. 마침 지난주 무지막지한 비가 내렸다. 비닐이 덮혀 있었으니 그 속에 물을 머금고 있었다. 풀이 자라기는 정말 좋았을 게다. 풀이 들깨를 옥 졸라매듯 보였다. 차라리 보지 말아야 되었다.
들깨가 아주 잘 자라도 두 됫박도 안될 양이다. 사 먹어도 얼마 되지 않은 돈이다. 그냥 마트나 방앗간에서 사 먹으면 간편하고 좋다. 괜한 고생을 만들어 한다. 이 더운 날씨에 이 풀을 베어내자면 오늘 한 시간 이상을 이 밭에서 씨름해야 한다. 믿을 수 있는 무농약 들깨를 먹을 수는 있다는 생각과 깻잎을 먹을 요량으로. 해마다 심지 않는다, 않는다 하면서도 반복된 일을 한다.
두 가지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그냥 못 본척해? 아니 풀을 메야 되나? 쪼그리고 앉아서 풀에 호미를 찔러 보니 쉽게 빠진다. 그렇게 몇 개 ,몇 개만 뽑다보니 밭이랑 사이 바람길이 보인다. 들깨도 콩도 모두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식물인데 바람이 지나지 못하면 수정을 하지 못한다. 왠지 풀을 한 줄 뽑고 나니 들깨들이 흔들흔들 좋아하는 것만 같다.
마음속으로 요것만 요것만 하다가 보니 남편까지 거들어서 들깨 밭에 풀을 모두 뽑았다. 바닥이 보이고 이제 이 밭의 주인은 누가 봐도 들깨가 되었다.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팠다. 마음만 뿌듯했다. 오늘 밤 깻잎들이 넉넉한 자리를 누리고 잠을 자고, 시원한 바람도 맞으며 꽃을 피울 수 있겠구나. 사람이나 식물이나 행복하게 만들어 주면 좋은 일을 한 것이겠지.
아마도 눈을 감고 말았으면 여름 내내 그 밭에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당당히 들깻잎을 따러 갈 수 있다. 그럼 잘한 일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소중하게 대해야 할것이 먹거리임은 잊지 말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