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누우면 가끔씩 엉뚱한 옛 생각이 난다. 다 지나간 옛이야기 들이다. 이웃 살던 먼 친척뻘 되는 아저씨는 그의 매일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 늘 부부 싸움을 하셨고 그것은 온 동네의 구경거리였다. 숫자로 시작되는 욕설도 하고 살림을 부수기도 했다. 그때마다 엄마, 아빠는 그 집 싸움을 말리느라 하루해가 길었다.
아저씨는 고함을 지르긴 하셨지만 우리들이 보기엔 매번 아주머니를 이기진 못했다. 술만 깨면 순한 사람이었다. 자식들도 많고 힘도 세고 일도 잘하셨는데 가난하였다. 땅은 적고 입은 많은 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생활이 힘이 드셨다는 생각도 든다.
할머니께서는 "사람은 좋은 데, 술이 원수다 "늘 말씀하셨다. 아저씨는 술만 드시면 할머니를 붙잡고 신세타령을 하곤 했다. 술을 싫어했던 할머니는 그 신세타령을 듣기 싫어했는데 눈치 없던 아저씨는 " 아주매요. 내가요" 하면서 끊임없이 한 얘기를 하고 또 하고 또 하였다.
날이 추워지고 혼자서 집에 있으니 문득 그 아저씨가 생각난다. "그만 집에 가서 자거라." 하던 할머니 생각도 난다. 남의 집 싸움 구경하면서 아저씨를 따라 흉내도 내곤 했는데 감옥 같은 아파트는 문밖에 나가지 않으면 사람 흔적 하나 없고, 간간이 크게 문을 여닫는 울림만 있을 뿐이다.
방안에 있어도 동네의 소식들이 다 들렸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점점 하늘 꼭대기로 올라가는 아파트는 멀리서 보이는 불빛만이 생존의 소식일 뿐이다. 고요히 혼자 집에 있으니 별생각이 다 기어 나온다. 그때는 참 싫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다 이웃을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마음에서 잊혀져가는 사람도 하나 둘 늘어나는데 예전 기억은 새록새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