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1

모이다

by 마당넓은 집

동해바다 가까이 고향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매년 여름휴가의 목적지는 고향이고, 친정 가족과 함께다. 휴가도 보내고 부모님 산소도 찾아뵙는다. 가능한 혼잡한 8월 초를 피해 7월 중순으로 하는데 올해는 제부의 일정으로 8월 초로 날을 잡았다.


같은 부산에 사는 동생에게 해가 뜨면 더우니 일찍 출발하자 했다. 영해휴게소에서 동생가족을 만나 간식과 커피 한잔 마시고, 목적지에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사촌 언니는 집에 없었다. 귀가 아파 읍내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고 한다. 마침 점심시간도 되었고 오빠네도 도착한다. 가까운 곳에 막국수 맛집이 있어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막국수를 먹고나니 이제야 고향에 온 느낌이 든다.

오빠와 동생들이 필요한 물건을 미리 연락해서 준비했다. 과일, 고기, 밑반찬, 술, 없는 것이 없다. 꼼꼼하지 못한 나는 빈 몸으로 늘 따라만 간다. 매년 밑반찬은 큰언니가 준비해 오곤 했는데 올해는 올케언니가 준비를 해왔다. 미안하고 감사함이 컸다.


볕은 도시나 시골이나 뜨겁기는 매 한가지라서 에어컨 밖에 나가지 못하고 망설인다. 조금만 조금만 하다 보니 3시가 넘었다. "처형, 물에 들어가면 괜찮아. 바다 가자" 제부가 앞장서서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니 아이들도 모두 일어선다. 모두 장성한 조카들인데 이렇게 따라나서니 고맙다.

수박 한 통과 삶은 옥수수도 한가방 넣었다. 나머지 준비물은 물놀이 용품은 없고 모두 작업용 준비물이다. 동해바다는 모래 해변을 낀 해수욕장도 있지만 작은 모래를 안은 바위 해안이 많다. 바위에는 따개비와 보말 등이 많이 널려있다. 잠시 물놀이를 하다가 바위에 붙어있는 따게비를 따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카들은 해마다 익힌 기술로 바다 깊이 들어가 해삼을 줍고 성게도 많이 채취해온다. 성게는 특히 해안 생물을 모조리 잡아먹는 잡식성이라 바다에서 생태계를 파괴시켜 고민거리라 한다. 어부들의 고민이지만 우리들은 성게를 바로 잡아서 바다에서 성게알을 먹는 맛은 어디에 비유할 수 없는 맛이다. 조카들 두셋은 제법 수준급이라 작은 망으로 하나씩 채취해서 나온다. 양식장이 없는 맑은 곳이라 물놀이를 하고 조금씩 채취하는 것에 제한이 없다. 한참 물속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배가 촐촐하게 고파지면 수박과 옥수수를 먹고 다시 물놀이를 한다.

우리가 물놀이하던 해안에 일찍 해가 지니 그늘이 생겨서 놀기에 좋았다. 바다도 점점 개발되면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 이 해안도 내년에는 방파제를 새로 조성하려고 테트라포드를 해안가에 잔뜩 옮겨와 있었다. 내년에는 어떤 모습이 될지 걱정도 된다.


숙소로 돌아와서 채취한 것들을 분리한다. 전복과 멍게도 있고 해삼도 몇 개 된다. 남자들은 성게를 칼로 반으로 갈라주고 동생과 둘이서 성게알을 작은 티스푼으로 골라냈다. 처음에는 어설펐는데 여러 번 하다 보니 실력도 늘어갔다. "제주 한 달 살기, 성게알 고르기 도전." 이런 농담을 주고받으면 한 소쿠리 성게의 알을 골랐다. 한 개 골라 소쿠리에 넣고, 한 개는바로 입으로 들어간다. 곁에 있던 오빠입에도 한입, 올케언니도 한입, 고소한 그 맛을 모두 감탄하며 서로 웃고 즐겼다.


몇안되는 전복과 해삼, 멍게는 횟감으로 먹고 보말과 따개비는 한 냄비 삶았다. 마침 아들 내외가 이른 퇴근 후 출발하여 도착하였다. 제 머리보다 큰 수박과 포도와 맥주 여러 상자도 들어왔다. 도시에서 자란 며느리가 보말과 맵사리를 잘도 먹는다. 도시 아이들은 그런 맛에 비위가 상해할수도 있는데 꺼림없이 먹는 것이 예쁘다.

두런두런 둘러앉아 오빠가 사 온 강원도 치악산 막걸리를 한 잔씩 들면서 저녁을 먹었다. 제법 한두 잔 걸쳤는데 , 2층에는 사촌 끼리 들러앉아 다시 술상이 차려지고 이야기꽃이 피었다. 아들이 사 온 맥주가 그 자리에 오늘 밤 동이 날것 같다.

여름휴가 첫날밤이 깊어가고 있다. 하늘에는 반쪽 얼굴을 내민 상현달이 떠있고, 별들이 군데군데 새싹처럼 돋아나고 있었다. 조카들의 이야기 소리를 꿈결처럼 들으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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