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
현관을 나서려 보니 벗어둔 신발이 여러 켤레다. 둘러보니 모두 내 것이다. 슬리퍼는 가까운 마트에 갈 때 신고, 운동화는 어제저녁 산책하며 신었다. 샌들은 밝은색과 어두운색으로 출근 룩과 맞추려니 두 가지는 필요하였다. 어린 시절에는 운동화 한 결레면 그만이었는데, 살아가면서 하나 둘 늘어만 간다.
신발을 벗어둔 모습은 주인의 얼굴이라는 말이 문득 생각났다. 얼른 운동화와 샌들 하나씩을 신발장에 넣었다. 샌들 하나는 신고, 슬리퍼 하나 만 현관에 남겨둔 채 문을 열고 나선다. 철컥, 현관문이 닫힌다. 문이 닫히니 모든 허물이 다 가려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는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치의 기준을 따질 때는 보이는 것에 집중을 한다. 큰 집, 보석, 자동차, 멋진 의상 등으로 판단을 먼저 한다. 눈앞에 있는 것이 먼저 머리로 인식되어 판단하게 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준비된 생각들이 자동 반사적으로 그렇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한 것을 편견이라 부르기도 한다.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을 만나면 먼저 긴장하고 주의를 한다. 그러나 내가 겪은 사람들 중에는 그러한 사람들이 더 순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얌전하고 흔히 말하는 교양 있게 생긴 사람들이 더 까다롭고 인색한 사람들이 많았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죽음이 오기 전에는 끈어질 수 없는 것이 관계이다. 보지 않는 것과 직접 경험하지 않는 일을 타인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옮겨온 일들은 다만 참고로 할 뿐 그것을 선입견으로 삶아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아침 현관 문을 닫으면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