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마당넓은 집

알듯 말듯 산들거리는 그 무엇이 출근길 아침을 연다. 언제나 다름없는 길이지만 그 가벼운 흔들림이 숨결같이 싱그럽다. 초읍 고갯마루를 지나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길가에 서있는 가로수가 눈에 들어온다. 스쳐가듯 지나던 길, 곁눈질로 보아오던 나무다.


봄날 연분홍 꽃을 물고 나타나서 가슴 설레게 하던 벚나무이다. 이른 봄꽃을 떨구고 무성한 초록의 잎으로 돋아났다. 여름날 그늘을 만들어 지나가던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여름 성난 햇빛이 땅에 닫기 전 제일 먼저 온몸으로 받아서 열기를 식혀주었다.

언제나 초록 초록 웃으면서 온몸으로 빛을 받았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그 푸른 잎들을 보며 여름날의 지친 일상을 풀어 나갔다. 그러한 초록의 나무였다.


긴 여름을 지나온 벚나무가 있었다. 그 무덥던 여름날에도 잎에는 빛의 스펙트럼이 있었다. 그런 잎들이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초록이 숨어들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알 수 없었지만 서서히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9월은 나무가 잎에 있는 초록의 자리를 다른 색에게 내어주는 틈새에 끼여 있다. 마지막 남은 지친 초록의 잎, 붉은 물이 번져간다. 봄부터 지켜온 벚나무의 잎사귀들을 보면서 나의 시간도 그 틈새에

끼여 있는 것만 같다.

틈이란 것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이다. 오른쪽을 바라보면 오른쪽만 좋아 보이지만 왼쪽을 보면 나름 왼쪽도 좋다. 그 틈새를 즐기면서 다음 시간을 만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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