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비

by 마당넓은 집

마음만큼 이상한 것이 있을까, 어느 날은 가벼워서 빈 곳간 같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가득 차서 힘겨울 때도 있다. 오늘은 마음이 허허로운 날이다. 앉아있어도 엉덩이가 허공에 더 있다. 홀연히 노랑나비 한 마리가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나비는 날갯짓하며 내게로 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더위는 끝날 것 같지 않고 밖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날갯짓 하는 나비만 눈앞에서 간들거린다.

엄마가 가시고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엄마 생각이 자주 났다. 엄마를 가까운 곳에 모시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계신 고향 선산에 모셨다. 너무 멀리 있어 자주 가보지 못함이 한동안 가슴에 그리움으로 남았다. 자식보다 부부의 정이라 했다. 젊어서 생과 사로 헤어진 두 분이 40년도 더 지나 한곳에 누웠는데 서로 알아보기나 할까, 농담 같은 이야기를 형제들은 자주 나눴다. 하지만 죽어서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남은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말일뿐이다는 것은 안다.


형제들은 한동안 엄마가 남긴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다. 젊을 때 엄마와 가시기 전 1년 정도 병상에서 고생하던 모습들이 모두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특히 지나친 아들 사랑은 딸 부잣집 우리 자매들에게는 회자되는 이야기를 많이 남겼다. 가시기 전에도 엄마가 사시던 크지 않은 집을 온전히 아들을 주고 싶어서 딸들 몰래 집 등기를 아들 집에 주고 온 모습은 어쩌면 귀엽기 조차 했다.

혼자서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연구했을까, 끝까지 엄마에게 오빠는 엄마의 온전한 사랑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오빠랑 잘 지내라, 네 오빠 멀리 혼자 떨어져 살아서 얼마나 외롭겠냐?" 늘 걱정하고 염려하였다.

엄마 살아생전에는 오빠와 우리 자매들 사이에는 벽이 있었다. 그 벽은 엄마의 사랑이란 울타리였다. 그 울타리를 우리는 감히 넘나들지 못했다. 엄마는 그것을 자식 사랑이라 여기고 만 살았었다. 아마 올케에게는 더 큰 장벽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그렇게 대면대면 우리 형제들의 관계를 이어졌다.

엄마가 가시고 형제들이 모여 가까운 숲으로 여행을 갔었다. 엄마랑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걷고 있었다. 그때 노랑나비 한 마리가 우리들 주변들 계속 돌았다. 큰언니 머리 위에 앉았다가 날아갔다. 그러고도 한참을 우리 주위에 맴돌았다. 그때 동생이 말했다. " 언니야, 꼭 엄마가 우리 따라온 것 같지 않아. 우리 형제들이 의좋게 같이 있으니 좋아서 쫓아오는 것 같아." 그랬다. 꼭 엄마가 우리들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듯했다. 그때 본 노랑나비가 가끔씩 생각났다. 엄마를 보듯이 바라보던 노랑나비.

간들거리는 노랑나비는 내 머리 위에, 책상 주변에서 한참을 맴돌았다. 하던 일을 멈추고 나비를 본다. 엉거주춤하던 엉덩이가 의자에 편안히 자리 잡는다. 엄마가 몹시 그리운 날은 내게 만 보이는 노랑나비가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