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표현

by 마당넓은 집


일이 있어 서울에 있는 딸이 연휴에 오지 못했다. 엄마 보고 싶다고 올라오라 부탁하더니

며칠 뒤 "엄마 힘드니 올라오지 말고 올 여비를 용돈에 보태줘." 하였다. 용돈을 보내고 이틀 뒤 다시 울먹이며 연락했다. "엄마 안 올라올 거야. 내가 표 끊어 줄게." 표를 예매를 해준다니 고마워해야 되는지 어찌해야 하는지. 사실 내 카드를 들고 예매하는 일인데 생색을 온통 제 몫이다.


그래도 엄마 마음에 오죽하면 저럴까. 공부하는 것이 많이 힘들구나 싶어서 짐을 쌓다.

얼마 전 담근 무청 김치가 너무 맛났다. 오랜만에 성공 작이다. 묵은지도 한창 맛나고, 제사 음식으로 장만한 음식들, 그리고 밤도 삶았다. 그렇게 하나 둘 넣다 보니 짐을 점점 늘어났다. 딸이 아니면 절대로 짐을 들고 다니지 않는데 자식 앞에서 부끄러움도 없어진다.

가방에 넣었더니 김치가 가는 중 상한 것도 같고 음식도 상할 것만 같다. 근래에 어깨도 아프고 손목도 시큰 거리는 데 들고 갈 자신도 없다.


작은 캐리어를 꺼내서 넣었더니 음식이 가방의 움직임에 따라 흐를 것 같다.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니 바퀴가 달린 보냉 가방이 마치 창고에 있다. 정사각형 구조로 된 가방, 정말 내가 지금 이 가방을 끌고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타야 되나?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사람은 모두 각자 제 삶을 사는데 굳이 남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돼? 자기 합리화를 먼저 한 뒤 짐을 보냉 가방에 옮겼다.


집에서 지하철까지 10분 거리, 대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를 가방을 끌고 지하철에 올랐고 기차를 탔다. 서울역에 다행히 딸이 마중 나와 가방을 끌고 갔다.


" 수정아, 엄마가 이 가방을 가지고 왔잖아. 엄마가 부끄러워하는 게 맞지? 하고 물었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딸은 언제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말한다.


"엄마 괜찮아. 이런 가방 끌고 오면 어때. 그런데 나이 든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기에 남 눈치 안 보는 특징이 있어."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르는 이 말에 괜히 트집을 잡고 싶다. '나이 든 사람' '자기가 옳다고 생각해.' 이 두 가지가 마치 기성 세대들의 이기적인 자기표현을 말하는 것 같아. 불쾌감과 더불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그래도 정답을 가지고 묻는 질문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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