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있게, 값있게

배려, 성찰

by 마당넓은 집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편안해질 때가 많은 날이다. 마찬가지로 아쉬움이 생길 때도 많다. 두 가지는 양팔 저울같이 나란히 서 있다가 어느 순간 한쪽으로 기울어지기도 한다. 젊은 날에는 한쪽으로 넘어질 듯 기울여져도 그냥 바로 서 있는 줄만 알았다. 바닥에 한 발 만 닿아있어도 흔들흔들 언제나 제자리로 찾아들곤 했으니. 그 존재만으로 충분해서 주위를 돌아 볼 여유조차 없었다.

이제는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숱한 세월 속에 작은 재주도 익혔다.

몸이 기울어질 때면 저절로 느껴지는 부끄러움도 새로 산 지갑처럼 몸에 지니게 되었다.

외형적인 부를 누리지는 못해도 격 있데, 값있게 살아내야 할 인생이 바싹 눈앞에 서 있다.

50이 넘어가면 사람들의 얼굴에는 흔히 말하는 심술보가 생긴다. 입가에 생기는 팔자 주름,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세월의 흔적을 누가 지워내겠는가, 의학의 힘으로 숨겨보고 가려보기도 하지만 자연적인 순리는 거부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 심술보에도 인격이 보인다. 웃어서 생기는 주름과 성내서 생기는 주름은 분명 구분이 된다. 마음의 주름이 얼굴에 주름의 방향을 만든다.

타인에 대한 배려, 말과 행동에서 나타나는 언품을 키워내자. 노화가 가져오는 것이 느슨해진 근육이나 피부의 탄력이라면 좋겠으나 조절 못한 인격이라면 사양하고 싶다. 존중받는 사람, 품위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러한 사람들과 어울려서 교감하며 살고 싶다.


어느 날 봉변 같은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가 있었다. 그때는 많이 억울하고 원망스러웠다. 나의 잘못은 아무것도 없는데 모두가 세상 탓인 것 만 같았다. 지금 되돌아 생각해 본다. 그 상황들은 분명 잘못된 것이었으나, 나의 탓도 분명 있었다. 그렇게 흘러가는 상황들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한 경험들이 처음에는 피가 나고 굳은살이 되어 못이 되었다. 그러고 다시 근육이 되고 살이 되었다.

자기 애가 유독 강한 사람을 만난다.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세상은 내게 맞춰지지 않고 우리가 상황에 빌붙어서 내가 사는 것이다. 오해가 여러 번 생기면 그것은 오해가 아니고 진실일 수도 있다고.' 50이 넘으면 이제는 거울을 통해 제 얼굴을 보는 나이가 아니고, 타인을 통해서 제 얼굴을 바라보는 나이다. 격있고, 값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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