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있다

좌충우돌 병동일기

by 마당넓은 집


늦가을보다는 초겨울에 가까운 날씨다. 병원에 환자가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빈 병상이 없다. 각 단위 병동마다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시작이다. 과별, 주치의별로 입원시키지만 병상이 없으면 모든 질서는 무너진다. 빈 곳에 우선 입원이 원칙이다.




아픈 사람들은 의사의 입원 지시가 나면 수속을 하여 입원실로 들어가면 된다. 그때부터 병동간호사는 절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많은 일이 시작된다. 그중 중환자, 수술 환자, 섬망이 있는 환자,거동을 못하는 환자 등, 꼭 집어 손이 많이 가는 환자는 다들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러니 환자다. 고령의 환자들은 한 가지 일도 수십 번 설명을 해야 하고 그러고도 나중에 보면 엉뚱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니, 더 어렵고 힘들다.




지난 밤에 구순을 넘은 폐렴 환자가 입원했다. 밤새 환자는 밖으로 나가려 하고, 바지를 벗고 맨몸으로 복도에 나오고 소란을 피웠다. 간호사들은 진땀을 흘리며 밤새 어르고 달래고 진정시키느라 밤을 새웠다. 질병이 있어 기력이 떨어진 탓도 있고 갑자기 바뀐 환경탓도 있다. 병원인지 집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했다.


또 옆 병실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을 한 팔순의 환자가 섬망으로 소리를 지르고, 다른 환자의 침대에 올라가고 하면서 밤을 새웠다. 같은 병실 환자들은 잠을 잘 수 없다고 아우성이고 , 힘든 환자와 다른 환자들의 컴플레인으로 간호사들에게는 긴 밤이 되었다. 이런 환자 한 명이 열 환자의 몫보다 더하다. 질병의 경중을 떠나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 거동이 가능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데 밖에서 간호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하나씩 떨어져서 내게로 들려온다. '이기적, 얌체, 일하기 싫어서' 이런 말들이다. 무슨 소린가 싶어 밖으로 나가 물어보았다. 빈 병상에 경증환자가 예약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취소되고 중증 환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우리 병동은 간호 간병 병상이다. 간호사 수가 두 배 이상이고, 간호조무사나 간호 간병 인력이 추가로 배치되어 있다.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중증 환자가 이곳으로 오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속으로만 생각한다. 자기 부서에 많은 일을 가져다주는 관리자를 누가 좋아할까. 어쩔수 없이 나도 함께 입을 모아 그렇지, 그래 맞짱구를 쳐주며 달래본다. "무슨 사연이 있었겠지. 알아볼께"


그 사이 또 다른 작은 갈등이 있었다. 서로 간에 환자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 나누다가 사소한 말에서 서운함이 생겼다. 잠시 정리할 시간을 부탁을 했는데 상대방이 반응이없었다고 한다. 듣기에는 대화를 무시한 것처럼 보인다. 앞선 문제도 같은 병동과의 문제 였으니 작은 일도 더 크게 다가온것이다. 들어보니 별 일 아닌듯한데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사소한 일 하나도 감정이 상해한다. 이구동성으로 입을 삐죽거렸다. 만일 오해라면 풀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서로 앙금을 남기지 않고 다음을 기약할수 있다.




갈등이 있던 병동 팀장과는 절친이다. 전화를 하여 사정을 알아본다. 친구라도 부서의 일에서는 철저히 자기부서의 편을 들 수밖 에 없다. 부서간의 일이라 슬며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쳐 서두도 꺼내지 않았는데 그 친구의 말에서 날이 섰다. 근래에 인력조정이 있어 줄어든 인력으로 환자를 감당하다보니 지칠데로 지쳐 있었다. 지친 모습에 상황을 나누기 전에 벌써 이해가 되어버린다.


부서원들이 힘들어 하면 부서장도 마음이 쓰이는 것은 인지 상정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자신들은 모르는 사이 ,원무 부서에서 병실 배정을 변경한 일이다. 괜한 오해를 해서 불편한 이야기를 하니 미안했다. 그부서에서 보면 우리는 인력이 넘치는 부서로 보일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객관적인 감정을 담아 말하면 부서원들은 서운할 것이다. 부서마다 특징이있다. 조금의 경중은 있으나 바쁘지 않은 곳은 없다. 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것이다.




근래에 병실마다 섬망 환자와 중증 환자가 계속 늘어나다 보니 날카로워진 탓도 있다. 부서 간에 일을 하다보면 서로 협조를 구할 일도 있고 다툴 일도 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들 무게의 중심은 본인이 되니 부담되는 일들은 싫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중간관리자들이 서로 이해시키고 협력을 이어나갈 수 밖에 없다.




밖에서 보면 병원은 아픈 사람들을 케어하는 사각의 공간일뿐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일상을 지낸다. 일에 쫓겨 뛰어다니고 안타까운 사람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다. 그러다가도 힘든 환자는 피하고도 싶다. 이렇게 아옹다옹 병동 간에 실랑이도 하면서 환자를 치료하고 성장해나간다.


오늘은 상위 년차는 없고 아랫년차 근무자들이 있었다. 근무 햇 수만큼 마음씀씀이도 다르고 일을 보는 눈높이도 다르다. 이해의 폭이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아마 이들도 내년 다르고 그 다음해가 다르게 성장할 것이다. 지금은 큰일로 보이는 것들도 한 해 두 해 세월이 가면 웃으며 넘겨가는 지혜도 배울것이다. 세월이 가르쳐주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불을 많이 지핀다고 밥이 빨리되던가, 뜸이 드는 그 귀한 시간이 있어야 맛있는 밥이 된다.




"그래 그 병동에게도 우리 힘든것 말해줄께 ." 달래듯이 말을 하니 삐죽이는 입들을 슬며시 밀어 넣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내일도 병동에서는 서로 어울려 가면서 시끌시끌 환자를 간호하고, 또 즐겁게 인사하고 환자들과 토닥거리는 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들 마음속에는 언제나 사랑과 연민과 걱정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걱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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