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니고 싶다. 어떠한 목적 없이 글을 쓰고 싶다. 글을 다 쓰고 읽으면 남는 것이 없기를 바란다. 내 글이 아무 것도 전달할 수 없는 글이기를 바란다. 나는 그 안에서 어떤 미적인 것을 발견한다. 모든 이성에서 벗어나 가벼워진다. 나는 나를 몰라서 사물이 된다. 그러나 나는 대타자에 종속된 인간이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예비하는 인간이다. 나는 너무 어리다. 너무 어린 것이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다. 몸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욕망하고 있다. 무언가를 심하게 욕망하고 있다.
기린을 떠올리자. 아직도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기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