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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자 Mar 07. 2024

살 것 같다

응급실 2

                                            

이튿날 그러니까 입원 5일째 되는 날이다. 담관에 있는 돌과 찌꺼기를 빼내기 위한 담췌관 조영술을 하는 날이다. 시술실 앞에 막내와 둘째와 남편이 있었다. 막내가 다가와

 “엄마 시술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할 거니까 엄마가 허락해 주세요.”

기독교 신자인 아들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엄마에게 묻는 것이다.

 “그렇게 해.” 아들의 간절한 기도가 눈가를 촉촉하게 했다.     


이윽고 시술실 문이 열렸다.     

“놀라지 마세요. 오늘은 엎드려서 묶어놓고 합니다. 움직이지 못하게 테이프로 묶을 거니까요”

고무로 된 앞치마를 두른 사람들 예닐곱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시술 대에 엎드리자 순식간에 코에 산소호흡기, 입 안에 뭔지 모르는 기구, 양쪽 팔다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묶었다. 그리곤 무언가 하는 것은 알겠는데 몸은 옴짝도 할 수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오늘은 움직이지 않아서 잘 끝났네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시술이 끝나자마자 이런 말을 알아들었을까?

 “저 오늘 움직이지 않았나요?” 

“네 오늘 안 움직이고 잘했어요.”라고 했다. 내가 누운 침대가 회복실로 옯겨졌다. 아까 문 앞에 있던 가족들이 아무도 없었다. 다 어디로 갔을까? 멀뚱멀뚱 회복실에 누워 얼마가 지났을까 아들 두 명과 남편이 왔다. 의사 선생님이 시술한 내용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다고 했다. 막힌 담관을 깨끗이 청소하고, 십이지장을 덮고 있는 것도 칼로 자르고 마지막으로 물로 깨끗이 닦아냈다고 했다.    

  

입원실로 옮겨졌다. 혈관 벽이 약하고 혈관도 깊이 숨어 있어 주사를 놓으면 혈관이 터져버려 암 병동에 근무하는 주사전문가 선생님을 불러야 한다고 했다. 네 개의 주머니가 달린 링거 줄을 매단 링거대만 침대를 지킨 지 서너 시간이 지나서야 주사 전문선생님이 왔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수없이 손가락으로 혈관을 찾느라 몇 분씩 수고해도 못 찾은 혈관을 단 몇 초 만에 혈관을 찾아 주삿바늘만 꽂고 갔다. 주사 전문선생님이 혈관에 바늘만 꽂고 가면 담당간호사가 얼른 와서 링거 줄을 연결했다. 양쪽 손등과 양팔은 시퍼렇고 검은 멍투성이가 되어 볼 상도 사납지만 옷이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 그 후로 난 링거 바늘 꽂으려면 늘 주사 전문선생님을 신청하여 주사를 맞았다.     


링거를 맞아서인지 배고픈 줄은 모르겠는데 입이 너무나 바짝바짝 말라서 목구멍까지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거즈에 물을 묻혀 입에 물면 안 되겠느냐고 간호사에게 물으니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입술과 입 안이 얼마나 마르는지 여간 고통이 아니었다. 견디다 못해 또 혀를 돌리고 또 돌려보지만 침도 별로 없다. 그래도 입이 바짝바짝 말라 오니 가을날 아스팔트 도로 위에 데굴데굴 구르는 낙엽 같은 혀로 쉴 새 없이 입안을 돌리고 돌렸다. 그렇게라도 해야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이렇게 입 안이 타들어가는 이 느낌을 누가 알겠는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고통이다. 나는 애원했다. 하지만 거즈에 물을 묻혀 입에 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단 1초를 보내는 것조차 내겐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하루가 지났다. 드디어 물로 입을 축이고 뱉으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대신 물 한 방울이라도 목으로 넘기면 안 된다고 주의에 주의를 하며 약속을 지키라 했다. 물을 살짝 입에 무는 순간, 

‘아! 살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이 말. 이 말은 바로 이 순간 이 느낌일 때 하는 말이구나!

비록 삼킬 수는 없어도 한 모금의 물이 입 안에 펴지는 감미로움은 “비발디의 사계”중 여름을 감상하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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