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 행복을 위히여
SCM (Supply Chain Management)에서 단종 (EOL, End of Life) 관리는 늘 어려운 숙제다. 제품은 기획, 개발, 생산, 판매의 과정을 거쳐 어느 날 조용히 시장에서 사라진다. 그런데 이 마지막 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제품 재고가 쌓이고, 원재료는 애물단지가 되며, 협력사 역시 재고와 설비 부담을 떠안게 된다. 제품이 잘 사라지게 하는 일은 잘 만들고 잘 파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얼마 전 일본의 초고령 사회를 다룬 기사를 읽었다. 노년의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재산을 지나치게 아껴 쓰고, 결국 생전에는 스스로를 가난하게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다 쓰지 못하고 남긴 재산은 상속세로 국가에 귀속된다.
우리는 젊을 때 열심히 일해 모은 자산을 노년의 나에게 선물하듯 쓰고 싶다. 하지만 남은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안전 마진을 지나치게 잡게 되고, 살아 있는 동안 누려야할 풍요를 불확실성에 양보하며 궁핍하게 살아간다.
기업은 제품의 마지막을 예측하고, 수요와 대체 모델, 협력사의 사정까지 고려해 최적의 단종 계획을 세운다. 제품의 단종은 어렵지만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속 가능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가진 것을 어떻게 배분할지, 어떻게 일하고 쉬며, 남은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삶의 재고와 흐름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열심히 살아온 끝에 맞이하는 우리의 노년이 걱정과 불안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현명한 설계의 일부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