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리고 쉬는 놈?

by 강재훈

내가 자주 달리는 한강 러닝 코스 옆에는 헬기 이착륙장이 있다. 수없이 그 옆을 지났지만, 헬기가 실제로 뜨고 내리는 장면을 본 적은 거의 없다.

휴가를 낸 평일 아침,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한강으로 조깅을 나왔다. 늘 하던 대로 이어폰을 끼고 리듬에 맞춰 달리는데, 갑자기 이착륙장 근무자가 경광봉을 흔들며 길을 막아섰다. 헬기 이륙으로 잠시 대기해야 한다는 안내였다.

멈춰 선 사이, 헬기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천천히 떠올랐다. 동체 옆에는 포항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둔 국내 대기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마도 이 회사 고위 경영자가 공장으로 이동하는 상황 같았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속도와 효율로 거리를 압축하는 헬기는 내가 아무리 달려도 닿을 수 없는 거리를 단숨에 이동한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다르다. 나는 평일에 아이 손을 잡고 등교를 시켜준 뒤, 조깅을 하며 이 아침을 천천히 열고 있다. 헬기에 탄 사람은 나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하겠지만, 그 어깨에는 무거운 책임이 얹혀 있을지도 모른다.

산업화 시대에는 속도가 경쟁력이었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았기에, 먼저 가는 사람이 유리했고, 그 땐 ‘나는 놈’이 ‘뛰는 놈’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치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직장에서도 승진보다 삶의 균형을 택하고, 관리자 역할을 스스로 내려놓는 선택도 낯설지 않다.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

어느 방향으로 가며, 어떤 시간 속에 머무는지가 더 주목 받는 시대다.

헬기가 떠나고 길은 다시 열렸다. 나는 리듬을 찾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늦어졌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었다. 이 날의 달리기는 기록이 아니라, 어떤 호흡으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돌아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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