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 오늘은 둘만 뛰었다

by 강재훈

오늘은 2025년의 마지막 날 아침이다. 엄마는 출근을 했고, 연말 휴가를 얻은 아빠와 겨울방학을 맞은 아들만 집에 남았다.

느지막이 아들을 깨웠다.

“이제 일어나야겠다. 아침 뭐 해줄까?”

눈은 감은 채로 답이 돌아왔다.

“함박 스테이크요.”

아들은 아빠가 해주는 함박 스테이크를 좋아한다. 시중에 파는 제품인데도, 엄마가 하면 겉과 속의 식감이 다르단다. 그 차이를 정확히 설명하진 못하지만, 그 한마디면 아빠에겐 충분한 보상이다.

둘이 마주 앉아 아침을 먹고 한강으로 나섰다. 오늘은 아빠와 아들, 둘만의 달리기를 하는 날이다. 아빠와 엄마, 혹은 가족 셋이 함께 뛴 적은 많았지만, 둘만 나서는 건 처음이다. 시계탑 앞에 도착하니 영하 4도라는 표시가 보인다. 오늘따라 바람도 유난히 매섭다.

아들이 달리기에 흥미를 갖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다. 엄마가 러닝 시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원래 차던 시계를 아들에게 물려줬다. 아들은 운동 자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데이터를 보는 데에는 관심이 많다. 낮에는 잘 차지 않던 시계를, 잠 잘 때만큼은 꼭 찬다. 아침에 일어나 수면 분석 데이터를 확인하는 재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수면 데이터에 러닝 기록도 더해주고 싶었다. 달리기를 하면 심박수나 칼로리 같은 데이터가 함께 쌓이고, 자기 몸을 조금 더 알 수 있다고 했다. 아들은 흥미를 보였고, 그렇게 오늘이 왔다.

물론 아직 먼 거리를 함께 뛸 체력은 아니다. 뭐든 흥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달리기 뒤에 한강버스 선착장에서 자판기 라면 먹는 코스를 덧붙였다. 아들은 일반 라면보다 자판기 라면을 더 좋아한다. 라면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재미있고, 스프를 넣고 면을 저으며 스스로 만든다는 기분을 내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러닝 앱을 보던 아들이 기쁨에 찬 얼굴로 말했다.

“아빠, 오늘 ‘영하에서 뛰기’ 배지 받았어요. 내일도 뛰어야겠어요. ‘새해 첫날 뛰기’ 배지도 있네요.”

러닝 시계 앱의 배지 모으기가 아들의 운동 욕구를 자극했다. 기록보다 배지가 더 반가워 보였다. 한강 라면으로 달리기 동기를 억지로라도 이어가 보려 했는데, 의외로 더 쉬운 방법이 생겼다.

오늘처럼 둘이 함께 뛰고, 즐거운 보상까지 얻은 하루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엄마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오늘은 아빠와 아들, 둘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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