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올림픽 시즌이다. 이번 대회는 최근 가족 여행으로 다녀 온 밀라노에서 열려 더 친근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과거 동계 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 스케이팅 말고는 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스피드 스케이팅, 스키, 스노보드, 컬링까지 다양한 종목에서 한국 팀을 응원하는 즐거움이 생겼다. 그럼에도 가장 큰 긴장 속에서 보는 경기는 여전히 쇼트트랙이다.
짧은 트랙 위에서 여러 선수가 빽빽하게 달리며, 찰나의 틈을 파고 들어 순위를 바꾸는 장면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한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반복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거쳤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동시에 잦은 충돌과 넘어짐, 부상의 위험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평생의 훈련 성과를 단 한 번의 레이스에 쏟아내야 하는 선수들의 집중력과 담대함에는 자연스레 존경이 따라온다.
우리가 쇼트트랙 외 종목에서 선전하듯, 이제는 다른 나라 선수들의 쇼트트랙 실력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올라왔다. 실력 차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작은 실수 하나가 곧바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결과로 이어진다. 내가 아무리 잘 달리고 있어도, 타인의 실수에 휘말려 탈락하게 되는 장면을 보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 허탈함과 상실감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우리 삶에도 비슷한 상황들을 자주 맞이한다. 내가 특별히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글로벌 경기 둔화가 발목을 잡고, 소비자의 취향 변화가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과 경험의 가치를 흔들어 놓는다. 노력과 성실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변수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한 번의 넘어짐에 마음을 빼앗기면 다음 레이스까지 영향을 받는다. 순간의 실패가 긴 인생의 슬럼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선수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낸다. 처음부터 압도적인 선수도 대단하지만, 슬럼프를 지나 다시 정상에 서는 모습은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준비한 실력을 유감없이 펼치고, 큰 부상 없이 대회를 마치길 바란다. 혹여 결과가 아쉽더라도, 다시 출발선에 설 수 있는 마음만은 잃지 않기를 응원한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러나 쇼트트랙에서 코너를 돌아 나오는 순간 새로운 기회가 열리듯, 인생에서도 반전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빠르게 균형을 되찾고 다시 달릴 수 있는 힘, 그 회복 탄력성이 빙판 위의 선수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끝까지 달리게 하는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