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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리 Nov 04. 2024

아빠를 핀잔 준 내가 그러고 있다.

결혼 전  거실에서 들리는 대화소리 나가보면 조용하다. 내 방에 다시 들어오면 이상하게 대화소리가 들린다. '어, 뭐지?'


"아빠, 누구랑 대화해요? 아무도 없는데"

"나, 말 안 했는데 "

아빠는 여러 번 날 당황시켰다.


한 번은 맘먹고 살금살금 조용히 나가서 아빠를 지켜보았다. 혼자서 티브이를 보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는 거다. 가끔씩은 대답도 하고 훈계도 하고  티브이 속 사람들과 교감을 실감 나게 하시는 걸 보고

"아빠, 할아버지 같아! 왜 그래요"

"내가 뭐! 어때서 "


그땐  그랬을까? 아빠 모습이 안 좋아 보였다.

우리 아빠가 순간 확 늙어서 사라질 거 같아 슬폈다. 

문득문득 세월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내가 먹는 나이는 감당할 수 있지만 부모님 나이가 많아지는 게  왜 그리 서글픈지 모르겠다.


딸이 말한다.

"엄마, 누구랑 대화해요?"

"어, 나 그냥 티브이 보는데 왜?"

"이상하다? 분명히 대화소린데"

"뭐가, 나 아무것도 안 했어"

"음, 아닌데"

안방에서 나가며 투덜 거 린다.


한참 티브이를 열심히 보던 나는 순간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안방 문쪽으로 얼굴을 돌리는 순간 딸이 동그란 눈으로 날 응시하고 있다.


"엄마! 딱거렸어,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티브이랑 대화하고 있잖아"

"내가? 진짜, 정말! 나도 몰랐어"

"엄마 이상해!"

"알았어, 조심할게"


아빠에게 핀잔준 내가 결국 아빠와 같은 행동을 하다니 너무 어이없고 창피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피는 못 속이나 보다.

의식하고부터는 깨달았다. 아빠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는 것을.......

 

가끔 티브이 보며 혼잣말을 하면 남편은

"뭐야? 너 누구랑 얘기해, 왜 그래?"

" 나도 모르게 버릇돼서 그래, 신경 쓰지 마"

"아니, 꼭 대답해야 될 거 같아서 좀 그래"

"괜찮아, 내버려 두면 돼"


내가 여러 사람 불편하게 만들었나 보다.

조심해야지 하면서 또 그러고 있는 날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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