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거실에서 들리는 대화소리 나가보면 조용하다. 내 방에 다시 들어오면 이상하게 대화소리가 또 들린다. '어, 뭐지?'
"아빠, 누구랑 대화해요? 아무도 없는데"
"나, 말 안 했는데 "
아빠는 여러 번 날 당황시켰다.
한 번은 맘먹고 살금살금 조용히 나가서 아빠를 지켜보았다. 혼자서 티브이를 보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는 거다. 가끔씩은 대답도 하고 훈계도 하고 티브이 속 사람들과 교감을 실감 나게 하시는 걸 보고
"아빠, 할아버지 같아! 왜 그래요"
"내가 뭐! 어때서 "
그땐 왜 그랬을까? 아빠 모습이 안 좋아 보였다.
우리 아빠가 순간 확 늙어서 사라질 거 같아 슬폈다.
문득문득 세월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내가 먹는 나이는 감당할 수 있지만 부모님 나이가 많아지는 게 왜 그리 서글픈지 모르겠다.
딸이 말한다.
"엄마, 누구랑 대화해요?"
"어, 나 그냥 티브이 보는데 왜?"
"이상하다? 분명히 대화소린데"
"뭐가, 나 아무것도 안 했어"
"음, 아닌데"
안방에서 나가며 투덜 거 린다.
한참 티브이를 열심히 보던 나는 순간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안방 문쪽으로 얼굴을 돌리는 순간 딸이 동그란 눈으로 날 응시하고 있다.
"엄마! 딱거렸어,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티브이랑 대화하고 있잖아"
"내가? 진짜, 정말! 나도 몰랐어"
"엄마 이상해!"
"알았어, 조심할게"
아빠에게 핀잔준 내가 결국 아빠와 같은 행동을 하다니 너무 어이없고 창피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피는 못 속이나 보다.
의식하고부터는 깨달았다. 아빠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는 것을.......
가끔 티브이 보며 혼잣말을 하면 남편은
"뭐야? 너 누구랑 얘기해, 왜 그래?"
" 나도 모르게 버릇돼서 그래, 신경 쓰지 마"
"아니, 꼭 대답해야 될 거 같아서 좀 그래"
"괜찮아, 내버려 두면 돼"
내가 여러 사람 불편하게 만들었나 보다.
조심해야지 하면서 또 그러고 있는 날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