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나는 춤으로 만난 사이다.
댄스 동회회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통성명만 하고 각자 다른 이들과 어울렸다.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그와 나는 코드가 맞지 않아서 의도치 않게 거리 두기를 했다. 그러다 연인이 되고 결혼까지 했다. 둘 다 나이를 먹어도 춤에 관한 갈증이 해결되지 않고 쌓여만 가다 폭발 직전인 상태이다.
그는 9월부터 "클럽! 클럽! 클럽!" 외쳤다.
그를 달래듯 "당신 지금 패션으론 퇴자야"!
요즘 스타일로 적당한 옷을 구입했다.
힙합 패션으로 꾸앤꾸 수준으로 너무 튀지 않고 살짝 멋 부리는 정도로만.
너무 과하면 클럽 가고 싶어 발악하는 50대로 보이니까 말이다.
우린 호기롭게 클럽에 갈 수 있다는 생각만 했는데, 가려고 알아보니 연령제한이 있어서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정말 웃긴다. 갈 수도 없으면서 뭐 하러 옷을 샀는지 바보천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운 클럽을 가봤지만 퇴자 맞았다.
45세 미만 복장준수한 사람까지만 "으, 너무해!"
이태원은 연령제한이 없는 곳이 있다 해서 갔지만 3곳에서도 퇴자맞고
"봐, 우린 이제 안돼! 집에 가자"
"싫어, 기필코 춤을 출 거야!"
그는 무조건 고를 외치며 나이트로 노선을 변경했다. 그리곤 나이트를 갔지만 결국 1시간만 놀고 집에 왔다. 집에 오니 겨우 새벽 2시였다.
잠깐의 설렘은 자절이 되고 마지막 간 곳은 우리가 원하는 음악이 아니라서 재미가 없었다.
우린 힙합음악이나 그루브가 있는 템포에 흥이 나는데 역시나 나이트는 똑같은 박자와 리듬이라서 즐길 수 없다. 남편은 겨우 1시간 놀고 힘들다 했다.
나는 몸이 살짝 풀린 상태인데 준비가 됐는데... 이제 시작인데 너무 아쉬웠다.
백 미터 달리기 "준비, 시작 탕!" 하는 순간 멈춘 것과 같아서 잠을 잘 수 없어서 그 시간에 혼자 영화 한 편을 보고 아침을 먹고 잠들었다.
나이트에서 부르스 타임에 피가 당기는 곡이 딱 하나 흘러나와 나도 모르게 음악에 취해 온몸을 흐느적거렸다. 너무나 좋았다. 내 몸 세포들이 외쳐댔다.
"그래 이 맛이야!, 그래 이거지!"
아, 나이가 뭐라고 내 몸 하나 흐느적거릴 때가 없다니 서럽다.
"난 아직 팔팔한데"
"춤이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