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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거나 나타나는 것들

노화

by 깨리

어느 날부터 얼굴이 홀쭉해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볼살이 어느 정도 있어야 보기에 좋은데, 얼굴에 붙어야 할 살들은 똥배와 옆구리, 허벅지를 점령하고 나갈 생각을 안 한다.

신기하게 보이는 곳은 홀쭉해져 사라지고 드러나지 않은 곳들은 군살들이 모여 파티한다.


도대체 왜?

서럽다. 볼이 푹 들어가며 얼굴선이 이상해졌다. 그에 따라 눈 밑이 꺼지며 아파 보인다.

최근 2년 사이 일을 다시 시작하며 안 빠질 것 같던 똥배와 군살들에 작별을 고했다. 하지만 팔자 주름이란 후유증 남겨주고 떠났다.

"이게 뭐람, 오라는 볼살은 안 오고 안 반기는 팔자 주름이 오다니?"

피부에 좋다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뭐든지 했다. 콜라겐 약까지 먹었지만, 효과는 없다. 더 젊을 때 꾸준히 미리 해야 했다.


볼살 찌우는 법을 검색했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눈 밑 처짐에 좋다는 패치를 매일 붙이고

아이크림 또한 열심히 바르고 마사지도 꾸준히 했다. 덕분에 조금 나아졌지만 되려 볼살이 더 빠지는 역효과를 얻어서 마사지는 중단했다.


너무 서글프다. 볼 꺼짐은 시술밖에 없나 보다.

알아보니 그 시술도 영구적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해야 한다고 한다.

결국 화장이 아닌 변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에서 눈 밑 처짐과 팔자 주름 없애는, 아니 가리는 화장법을 수없이 찾아서 연습에 연습을 반복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반 정도는 해결이 된다. 요새 화장 아니 변장의 묘미를 새삼 느낀다.


나이가 들며 이마 선 또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어라, M자 이마가 더 커지네?"

"이런 된장! 뭐야? 이제 이마 선까지 그러기야?"

나는 땅을 내준 적이 없는데 자꾸만 넓힌다.

"나보고 어쩌라고!"

새치 염색을 자주 해서 머리숱도 줄어 풍성하지도 않고 푸석푸석하다.


왜? 기미와 주름은 계속 나만 따라다니고 머리숱과 볼살은 거리두기 하는지 모르겠다.

거울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외출하려면 머리와 화장 두 가지만 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아!, 외출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

변장이 쉽지 않아 약속이 깨지면, 아까워서 혼자서라도 나갔다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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