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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 원이 만오천 원이 되는 법

노래방

by 깨리

나는 고1 때 노래방을 친구들과 자주 갔다. 학교 끝나고 바로 직행해서 한 시간 신명 나게 노래를 부르고 집으로 갔다. 노래방 멤버는 나 포함 4명이다. 우리는 기본 1시간을 놀고 용돈이 허락하면 한 시간을 더 신나게 즐겼다.

그때는 노래방이 1시간에 오천 원이었다.


노는데 진심인 우리는 영혼까지 탈탈 털어 노는 경지에 이르렀다. 노래방 사장님이 우리 팬이 돼서 나중에는 서비스도 팍팍 주셨다. 용돈이 풍족할 때는 자주 갔고 부족하면 뜸하게 방문했다.


한 번은 사장님이

"너희 안 오는 날은 재미가 없어! 심심해 자주 오면 서비스 많이 줄게."

"진짜, 거짓말 아니죠?"

"그래, 돈 없어도 와서 한 시간만 놀다 가라 응?"

"진짜요? 우리 돈 없이 와도 돼요? 정말이죠?"

"그래, 와! 그냥 와."

이상했다. 왜? 우리가 뭐라고 서비스를 준다고 하지? 이해가 안 됐다. 처음엔 돈이 있을 때만 갔지만 그날은 우리 모두 거지였다. 너무 놀고 싶은 나머지 친구들과 얘기한 끝에 용기 내서 그냥 갔다.

"사장님, 죄송한데요. 저 일주일 후에 용돈 받거든요, 오늘만 외상 안될까요?"

"외상은 무슨 외상이야! 그냥 1시간만 놀다가! 내가 주는 서비스다."

"염치없지만 감사합니다."

덥석 받았다. 그날 우리는 목이 아플 때까지 부르며 1시간을 30분처럼 만들어 버렸다.


일주일 후 우리는 용돈을 들고 단골 노래방을 또 갔다. 오천을 내고 1시간을 놀았는데, 다시 한 시간이 남았다고 화면에 뜨는 게 아닌가?

"사장님, 기계 고장 났나 봐요?"

"아니야, 너희가 예뻐서 1시간 서비스 넣었어! 더 놀다가."

이상하지만, 사양할 생각 없이 '야호'를 외치며 다시 혼신에 힘들다 해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뭐지?' 화면에 1시간이 또 떴다. 무슨 일이지 사장님이 우리에게 왜? 살짝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한 친구가 겁도 없이 한마디 한다.


"사장님 뭐예요? 우리한테 왜 그래요?"

우리는 그 친구 뒤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팔짱을 낀 채 사장님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해하지 마! 너희가 너무 재밌게 놀아서 들어오는 손님들도 덩달아 신난다고 말해서 그런 거야."

그래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사장님은 당황하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신기하게 너희가 오는 날은 손님이 많아서 그래, 나쁜 의도는 없어!"

그때는 다 이해가 안 됐지만 우리는 공짜라는 것에 금방 수긍해 버렸다. 오천 원이 만 오천이 된 그날 3시간을 원 없이 노래를 부르고 배고픔에 허덕이며 터덜터덜 집으로 갔다.


단골 노래방 사장님의 배려로 우리는 작은 돈으로 큰 행복을 누렸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청소년 유해시설이라며 출입 금지 구역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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