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널 끓이는 건 어려워

라면

by 깨리

우리 집 남편은 내가 끓여주는 라면은 잘 안 먹는다.

이유는 물 조절을 잘못해서 늘 싱겁다고 한다. 그럼, 본인이 직접 하면 될 텐데 엉덩이가 무거운 그는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는다.

계량컵을 쓰라고 하지만 그냥 싫다. 내가 하는 게 그렇게 싫으면 자기가 하면 되는데 안 하면서 '투덜투덜' 진짜 얄밉다. 꼭 투덜이 스머프다.


짜파게티, 비빔면 같은 종류는 잘하는데 국물 있는 라면 종류는 내 손을 거치면 싱겁게 변한다. 컵라면은 선만큼 부으면 되니까, 요건 패스.

또 이상한 것은 끓이는 라면의 개수가 세 개를 넘으면 맛있다고 하는 거다.

"왜? 그러지!"

나는 물을 어떻게 조절하는 걸까? 그냥 대충 감으로 한다. 느낌대로 그래서 맛이 없나?


잘해 보려고 라면 봉지에 적힌 그대로 하면 국물이 졸아서 짜다. 큰딸은 꼬들꼬들면을 좋아한다. 둘째는 푹 퍼진 다 익은 면을 좋아한다. 하지만 남편은 딸들 사이의 어디쯤 되는 면을 좋아한다.

머리가 아프다. 이러면 나는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나만의 방법으로 라면을 끓인다.

물을 불에 올리고 바로 수프를 넣는다. 물이 팔팔 끓으면 반으로 쪼개논 라면 면을 집어넣는다.

면에 수프색이 반쯤 물들면 집게로 들었다 놨다가 하며 공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다시 국물이 끓으려는 시늉할 때, 꼬들꼬들면을 좋아하는 큰애 것을 미리 덜어내 먼저 먹으라고 한다.

다시 국물이 보글보글할 때 불을 끄고 냄비째 식탁으로 가져와 남편 먹을 양을 덜어내고 라면을 조금 식히면 작은 딸이 좋아하는 푹 익은 면이 된다. 우리 집 박 씨 세 명은 만족해한다.


'그럼 나는?'

내가 좋아하는 라면은 뭘까?

"당연히, 남이 끓여주는 라면이요!, 남이 해주는 건 다 좋아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