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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위로해 주는 친구

믹스커피

by 깨리

너는 짧은 시간과 착한 가격으로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친구였다. 솔로 시절부터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함께하고 야근으로 눈이 퀭하게 변하면 그때마다 나를 정신 차리게 해 줬지.


언제나 나랑 함께 해왔고 임신했을 때는 애들 때문에 잠시 긴 이별을 두 차례 하며 너를 잊어버릴 뻔했어. 독박육아로 스트레스받던 시절 유일하게 나를 위로해 준 친구.


너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고기를 안 먹는 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서 슬프지만, 너와 내가 거리 두기를 해야 했어.

얼마나 그립던지 마음이 많이 허전했어 몸이 안 좋으면 널 더 멀리했고 건강해지면 널 다시 만날 수 있었어. 다시 봤을 때는 너무 기뻐서 2배로 널 반겼지.

그때부터였나 봐 내가 커피 믹스를 두 배로 먹는 버릇이 생겼지, 뭐야! 그러면 안 되는데 당장의 행복을 느끼려고 한봉이 아닌 두 봉을 선택한 뒤로는 다시 한 개로 돌아갈 수가 없어서 걱정이야. 속이 자꾸만 거북해서 가끔 배탈이 나서 혼이 나지만 나는 어쩔 수가 없어, 너 없이는 하루를 버틸 수가 없거든.


널 멀리하자니 머리가 안 돌아가고 널 가까이하자니 위가 말썽이고 널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너는 나에게 아무런 대꾸도 관심도 없는데 나만 오직 너를 바라보나 봐.


내 친구는 나랑 대화할 수도, 친구 할 수도 없는 존재이다 보니 어쩔 수 없겠지.

그래도 난 커피믹스 친구가 너무 좋아! 앞으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건강하게 친구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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