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나는 완벽주의는 아니지만 그러고 싶었나 보다.
다른 사람의 실수는 그냥 넘어가지만 내 실수는 용납이 안 된다. 왜 그러는 걸까?
잘나지도 않으면서 잘난 척을 하는 걸까?
아니 나의 빈틈을 내 빈약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일 거다. 너무 약해서 방어기제로 완벽한 척을 하는 거다. 그럼, 정상으로 보이니까.
나에게 정상은 남들과 같아지는 거다. 어릴 때 주변 사람들이 그랬다.
"너는 왜 그리 나대니? 여자면 여자답게 굴어"
"남들처럼 얌전히 조신하게 살면 안 되니?"
"커서 뭐가 될래?"
정작 우리 부모님은 아무 얘기도 안 하셨다. 도대체 주변인들은 무슨 의도로 나를 억압하고 핀잔줄까? 처음에는 내가 정말 이상한 사람 같아서 괴로웠다.
그래서 내가 나를 감시했다. 검열하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돼 저러면 안 된다고 하면서 실수를 실수로 받아들이지 않고 잘못으로 오인해서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자꾸만 내 탓을 하게 됐다.
"거봐, 네가 그러니까 그런 소리를 듣는 거야!"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내 잘못만 찾아서 자책했다. 모든 게 나로 시작됐다고 착각에 빠져 더 어둠으로 들어가 불안에 떨었다.
결혼 후부터는 남의 편인 줄 알았던 남편이 그랬다.
"남들을 왜 그렇게 생각해? 그러지 마, 그들은 너처럼 생각하지 않아 벌써 잊어버릴 걸"
"진짜, 정말? 내 잘못이라고 생각 안 할까?"
"그래, 너는 생각을 줄이고 너를 너그럽게 봐줄 필요가 있어"
딸들도 크더니 종종 아빠와 같은 소리 했다.
가족들 덕분에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도 자기 검열은 멈추지 못했다. 단지 실수를 실수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검열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