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 아니야! 할머니야!

가족

by 깨리

작은딸이 4살쯤 큰소리로 나를 혼낸다.

"엄마 아니고 할머니야!"

내가 우리 엄마를 부르는데 느닷없이 화를 내며 "할머니를 왜? 엄마라고 해! 우리 할머니야! 하지 마!"

어이가 없다. 엄마를 왜? 엄마라고 못 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물어보니 아이는 자신이 중심이 되어 엄마, 아빠, 언니,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이 전부였다.

그 이상은 머릿속에서 파악이 안 되니 엄마에게 자기 생각을 얘기해서 그 상황을 마무리한 거다.

자기 딴에는 뭔가 이상했나 보다.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어? 어?"를 남발했다.

시간이 지나 어린이집을 다니며 알게 됐다.

"엄마, 엄마의 엄마가 우리 할머니라며?"

"응 맞아, 어떻게 알았어?"

"오늘 선생님이 알려줬어, 엄청 신기하다."

"뭐가 그렇게 신기한데?"

"몰라, 안 가르쳐주지 메롱"


나 참 도대체 무엇이 신기한 걸까? 엄청 궁금하지만, 알 수가 없다. 둘째는 가끔 황당한 행동으로 나를 순간 마비시키고 혼자 재미있어하며 피식 웃고는 또르르 사라졌다.

"어라, 저 아이는 뭐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늘 어려움을 나에게 안겨줬다. 엄마가 당황하는 게 재미있어서 그러는 건가?

앞뒤가 안 맞는 어휘력에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들은 나를 멍 때리게 했다. 그러곤 날 보며

"엄마, 왜 그래? 어디 아파?"


'어, 너 때문에 머리가 아파! 넌 정말 특이해 내 이성으로는 감당이 안 돼 나는 가끔 네가 무서워!' 말하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생각했다.

나도 꽤 괴짜로 통하는데 둘째는 발명 스머프처럼 오만가지 말썽에 뭐든지 덥석덥석 만지고 일을 쳐서 다치고 울고 웃고 상상의 친구를 만들어 엄마에게 소개하고 셋이 같이 놀았다.

그 놀이에 동조 안 하면 삐지고 엄마의 사랑이 식었다는 둥 나를 자신의 입맛대로 요리해서 내 정신을 빼놓기 일쑤였다. 둘째랑 놀다 보면 정신은 가출하고 좀비처럼 움직였다. 나중에는 마법사로 변신해서 나를 마음대로 조종까지 했다.

그런데 크더니 그 특이한 아이는 점점 사라져 일반인이 되었다. 보고 싶다, 독특한 그 아이가 그립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