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함
유독 옷에 집착한다. 왜일까? 핑계를 대면 어릴 때 내 옷보다 언니, 오빠 옷을 물려받아 입었다. 그게 너무 싫었다. 내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나머진 받은 거다. 하고 싶은 걸 얘기해도 언니 때는 이렇고 오빠 때도 저랬다 하며 "너까지 할 필요 없다." 하셨다.
말해봤자 돌아오는 건 "안돼"가 전부였다.
일 년에 한 번 내 생일날 선물로 엄마는 옷을 사주셨다. 동대문이나 남대문에 나를 데리고 가서 이것저것 입혀봤다. 거기선 많이 입어보면 사장님이 뭐라 하는데 내가 옷을 입으면 더 입어보라고 부추긴다. 엄마와 나는 덩달아 신이 난다. 그럼,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나에게 여러 가지를 입혀보고 사 간다. 덕분에 내 옷은 큰 폭으로 할인받아 산다. 옷 입는 게 이렇게 행복한 경험인지 몰랐다.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이쁘다, 잘 어울린다"하며 칭찬 릴레이가 벌어지는 참 신기한 세상이다.
칭찬이라고 못 받던 내가 그런 소리를 듣다니 몸이 간질간질 어깨가 으쓱대는 일이 생기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의류와 관련된 일들로 꽤 많은 인정과 칭찬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아름다운 옷으로 날 꾸미면 행복하다.
이 옷은 라인이 예뻐서 입으면 내 라인을 보완해 줄 거다, 저 옷은 색상과 소재가 좋아서 어두운 얼굴을 조금은 밝게 보이겠지? 다른 옷은 독특한 디자인과 디테일이 숨은 매력을 돋보이게 해 주겠지?
이렇듯 쇼핑하는 그 행위가 마음을 채워 주는 것 같다. 옷을 입으며 집에 있는 옷들과 매치시켜 코디하는 게 더 충만함을 느끼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진짜 내 옷이 될지 아닐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서 환불할지 아닐지 정해야 한다. 내 옷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결국 새 옷은 외톨이가 돼서 혼자 겉돌 뿐이라 입을 수 없게 된다.
쇼핑에 끝은 집에 와서 다시 입어보며 텍을 제거하는 거다.
이런 일이 자꾸만 반복된다. 멈춰야 하는데 허전함을 느낄 때는 나를 감당할 수가 없다.
나는 쇼핑중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