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
결혼 전에는 그냥저냥 보통 수준으로 정리정돈했다면 결혼 후 집안의 모든 것들은 내 손을 거쳐 갔다. 그래서 속속들이 알아야 직성이 풀렸다. 직장 생활을 하며 틈틈이 정리하고 청소하고 계절마다 옷과 물건들이 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하며 자동 대청소가 이루어졌고 주별로 청소 구역을 나눠서 미친 듯이 정리에 돌입했다.
결혼 후 잠자리가 바뀐 나는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어 밤마다 조용히 다른 방으로 가서 정리를 했다.
잠이 올 때까지 모든 걸 끄집어내서 청소하고 정리하고 아침이 되면 출근했다.
"밤마다 작은방에서 뭐 해?"
"잠이 안 와서 몸이라도 움직이면 잠이 올까 해서"
"병원에 가보던지?"
"병원은 싫은데, 내가 알아서 할게."
눈은 쑥 들어가고 다크서클은 코까지 내려오고 더는 견딜 수가 없다. 원인을 찾아야 한다.
내가 왜 정리정돈에 이렇게까지 집착하는지 알아야 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후로 성격이 까슬까슬해져 사람들의 말에 쉽게 반응하고 차갑게 군다. 마음은 아닌데 입과 몸짓이 먼저 나서 나를 곤란하게 한다.
이유가 뭘까? 청소나 정돈 그것쯤 안 하면 어때서 좀 지저분하면 어때서 그러는 걸까?
찬찬히 생각해 보니 알 수 있었다. 이유는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나로 인해 부모님에 대한 안 좋은 말이 나오는 게 싫어서다. 시댁 식구들이 왔을 때 싫은 소리 안 들으려고 그랬던 거다. 결혼 후 내가 싫어하는 말이 있다.
"너희 친정에선 그렇게 배웠니?"
"그건 너 닮아서 그런가 보다."
나쁘거나 안 좋은 건 다 내 탓인 거다. 책잡히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잘하는지 못하는지 모른 체 그저 열심히 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도 마음이 불안하면 조용히 구역을 정해 정리정돈을 한다. 그러면 내 마음도 정리되는 것 같아 잠시나마 안정이 된다.
나의 정리정돈은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돼서 현재는 불안을 잠재우는 수단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