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간
재취업한 뒤로는 휴일 아침이 되면 눈이 저절로 떠진다. 한참을 멍하니 천장만 쳐다보고 공상에 빠진다.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알지만 모른척하고 하고 싶은 욕망에 빠져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애들에게는 전날 저녁 미리 얘기를 한다.
"아침에 엄마 없으면 나간 줄 알아!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바로 올게, 알았지?"
나가는 목적이 뚜렷하게 없다. 목적지도 없다. 집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그냥 나간다.
나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는 몸을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나 빼고 자는 식구들을 깨울 수 없다.
내가 집에서 움직이면 하나둘 깨기 시작한다. 그러면 미안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나가 돌아다닌다.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들어 커피숍이나 도서관도 오래 있을 수 없어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사람 구경, 풍경 구경, 건물을 보며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다.
그러다 보면 몸이 지치고 정신은 말짱해져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감이 서서히 몰려와 나를 삼킨다.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나만의 일정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귀에 이어폰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하염없이 걷는다. 그러다 지치면 버스나 전철을 타고 휴대전화로 글을 쓴다. 음악을 들으면 같은 공간에 있지만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지금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쓴다. 뭐라고 쓰는지 모른 체 손가락의 흐름대로 써 내려간다. 나중에 보면 낯을 붉히며, 창피하겠지만 글자는 자신의 숫자를 늘리며 지분을 더 넓히려 발버둥 친다. 거기에 나는 반응해 줄 뿐이고 속이 후련해지면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