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가위에 눌렸다. 잦은 병치레 덕분에 한약을 많이 먹어서 지겨웠다. 몸이 아프거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 밤마다 검은색 형체가 나를 만나러 왔다. 그럴 때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새 주변을 경계하느라 눈이 푹 꺼진 채 학교에 갔다. 그래서 꿈속에서 봤던 비슷한 장소나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곳은 지나갈 수가 없었다. 국민학교 시절 혼자 가는 등굣길이 무서웠다. 미지에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 무서움에 떨었다. 그 느낌은 고스란히 내 몸에 남아 꿈속에서 실현된다.
알 수 없는 검은 형체에 늘 쫓기거나 잡혀서 끌려가는 꿈을 꾸다 눈물범벅으로 깨어나 펑펑 울고는 지쳐 쓰러져 잠이 든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얼굴을 보면 눈과 얼굴이 퉁퉁 부어서 호빵이 되어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도 가위눌림은 호전되지 않고 더욱 심해져 밤마다 소리를 지르고 울며 깼다.
"엄마, 애랑 같이 못 자겠어! 밤마다 소리 질러!" 언니는 엄마에게 투덜거린다. 내 맘도 모르면서 내가 왜 소리를 질렀는데 무서워서 나 좀 깨워달라고 소리친 건데 그것도 한참을 지르다가 겨우 입 밖으로 소리가 나왔는데 나는 얼마나 간절하게 오랜 시간 실랑이하며 외친 건데 처음엔 언니가 원망스러워 잠시 미워했었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 공포를 모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서운했다. 한 번은 가위눌림 과정에서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언니야, 나 좀 깨워줘 제발 무서워!' 소리치는데 언니는 혼잣말하며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실망감에 넋을 놓았는데 언니가 다시 방으로 들어오며 내 발을 툭 쳤다. 얼마나 고맙던지 소리를 치며 일어났다. 그리곤 언니에게 다 얘기했다. 내가 가위에 눌려 소리치는데 언니가 '애, 또 이상해'하며 나갔다고 언니는 내 말에 놀라서 말했다.
"너, 자고 있었는데 그 말을 어떻게 들었어?"
"그건 나도 잘 몰라? 언니야 깨워줘서 고마워"
언니에게 부탁했다. 이런 일이 자주 생기니까 내가 몸부림치거나 이상하면 깨워달라고 급하면 발로 차도 된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한참을 언니 덕분에 그런대로 견디고 살았다. 성인 되면서 끝날 줄 알았지만 그건 내 바람이었다.
지금도 가끔 가위에 눌린다. 불안감이 커지면 영락없이 나를 찾아온다. 현재는 경험치가 많이 쌓여 혼자서도 빠져나오지만, 어떨 때는 힘에 부칠 때도 있어서 그런 날은 깨면 밤을 새우고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