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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무섭다.

두려움

by 깨리

먹고는 싶은데 먹을 것이 없다. 예전엔 가리지 않고 다 먹었는데 이제는 뭘 먹어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살이 많이 빠지며 에너지원이 바닥났고 빈속일 때 가져다 쓸 게 없어서 경고 없이 몸이 제 기능을 하지 않아 어지럽고 구토가 났던 거다. 그래서 요샌 공복을 피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좀처럼 먹을 것이 없다.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면 포만감은 좋은데 속이 쓰리다. 저열량 음식은 속이 편한지만 쉽게 배고픔을 느껴서 속이 아프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먹어야 두 요건이 충족되는 걸까?


애를 둘 낳고 변해버린 신체는 고기를 잘 섭취하던 몸을 반대로 만들어 버렸다. 체력이 떨어진 나는 기름진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고기를 먹으면 다음 날 자의가 아닌 타의로 화장실을 친구 삼아 하루 종일 거기서 산다. 그리곤 살이 더 빠져 먹은 보람이 없게 된다. 남편이 말한다.

"비싼 소고기 사주면 뭐 하나? 화장실 가기에 바쁜데?"

"나도 안 가고 싶어! 근데 어떻게 내 맘대로 안 되는걸?"


점점 체력은 부족하고 일은 해야 해서 고기를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처음 시작은 한 점 그다음은 두 점 이렇게 수없이 시도한 끝에 현재는 다섯 점까지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조심하지 않으면 그나마 먹을 수 있는 양을 먹어도 탈이 날 수 있다. 친정에 가서 고삐 풀린 나는 과하게 먹고 배탈이 나서 지금까지도 속이 아프다.

그래서 고기는 신중하게 조심히 먹어야 하는 두려운 존재이다. 이상하게 보쌈이나 샤부샤부처럼 물에 빠진 고기는 속이 불편하지는 않은데 육류 고기는 구워 먹으면 꼭 탈이 나서 약으로 안 끝나고 병원에 갈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을 멈출 수 없다. 맘 편히 먹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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