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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 땡기는 날이다.

스트레스는 흥을 부른다.

by 깨리

아침부터 내 주위에 흐르는 기류가 좋지 않았다. 느낌이 좋지 않은 날은 조심해야 한다. 머피의 법칙처럼 꼭 크고 작은 일이 터진다. 출근하기 싫지만 살아야 하니까 힘겨운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데리고 회사에 갔다. 긴 연휴가 끝나고 일은 두 배가 됐다. 침착해야 한다. 실수하면 화살이 나에게 떨어진다.

재취업 초반에 실수가 잦아서 나는 실수하는 사람으로 그들에게 낙인찍혔다. 그래서 실수들이 나오면 자연스레 그들의 눈이 나에게 화살을 쏜다. 내가 한 실수가 아닌데도 화살은 나를 향한다. 어떤 이는 일부러 나에게 자신의 실수를 덮어씌우고 모르는 체한다. 처음엔 그런 줄 모르고 가만히 있었더니 그 실수들이 모여 나를 옭아맸다. 그럴 때마다 내가 아니다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네' 그리고 끝이다. 몸에 힘이 쭉 빠진다.


계속 여기에 다녀야 하나 의문이 들지만 출퇴근 시간이 너무 잘 맞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 그만두기는 아깝다. 모든 게 내 입맛에 맞을 수는 없다. 어떤 것은 포기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회사 문을 열고 들어가면 초긴장 상태가 된다. 나의 모는 신경은 안테나를 세우고 주변을 살피며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너무 많은 에너지 방출로 늘 배가 고프다. 그들의 화살이 1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낳아졌지만 잘 모르겠다.


이런 일이 생길 때 춤이 당긴다. 음악에 몸을 싣고 날고 싶다. 어릴 때 집에서 미국티브이 채널 쏠트레인을 보며 혼자 춤을 배웠다. 성인 되면서 친구들과 간 나이트는 나를 또 다른 세계로 인도했다. 하지만 춤에 대한 내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혼자는 갈 용기는 없고 친구들은 술을 좋지만 춤은 별로라고 한다. 너무 춤을 추고 싶은 욕망에 인터넷 카페 댄스동아리에 들어가 클럽을 접하고는 나이트와 바이바이 했다.


나이트는 음악과 문화가 나랑 맞지 않았다. 나는 춤이 고픈 건데 술과 부킹, 블루스 타임이 발목을 잡아서 춤에 흐름이 자꾸만 깨져서 내 흥을 발산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하지만 클럽은 혼자 갈 수 있고 블루스 타임도 부킹도 술도 안 마셔도 되니까 온전히 음악 속에 들어가 리듬을 타고 온몸에 신경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날 수 있다. 아무런 간섭도 눈총도 없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이 너무 그립다. 이젠 클럽은 나이 때문에 문전박대를 받고 서운하지만, 현실과 타협했다.

스트레스가 과하게 쌓이면 춤이 땡겨서 남편과 나는 가끔 나이트를 간다. 둘 다 술은 못 먹지만 흥을 주체 못 해 넘치려고 하면 둘이서 밤마실을 나가 흥을 발산하고 온다. 그러고 나면 일상을 스트레스 없이 무던하게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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