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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별루지만 지금은 괜찮다.

영어

by 깨리

나는 영어를 잘 못한다. 중1 때 처음으로 접한 영어 수업은 무서움을 넘어 공포와 수치심을 동반했다. 안 좋은 기억이 많다. 1년 동안 세 번이나 선생님이 바뀌고 다 달랐다.

첫 번째 영어 선생님은 차분하지만 저돌적이었다.

"너희 알파벳은 알지?" 선생님 물음에 몇 명이 "네"라고 답하자 그걸로 끝이다. 나는 전혀 배우지 않았는데 기초 없이 그냥 그렇게 기초가 있는 걸로 취급하고 그 수준에 맞게 수업이 진행됐다.

두 번째 선생님은 의욕만 앞서고 틀리면 체벌을 가했다. 일명 말달리기로 15cm 자 두 개를 끝에만 잡고 우리 손등 위로 떨어뜨렸다. 말이 달리듯 두 개의 자가 하나씩 떨어지는 데 가는 선으로 여러 줄이 생기며 멍이 든다. 아프고 간지러워 괴로웠다.

세 번째 선생님은 목청이 높고 화가 많았다. 기초도 없는 우리에게 영어 읽기와 해석을 시켰다. 틀리면 30cm 자로 손바닥을 때렸다. 그러다 화가 나면 본인의 화를 못 이겨 따귀를 때렸다. 너무 소름이 돋고 무서워 학교 가기가 싫었다. 채벌을 피하려고 영어사전을 동원해서 나름 준비해 갔는데 결국 반 친구들 앞에서 따귀를 맞고 수치스러웠다. 공부 잘하는 애들 몇 명 빼고는 똑같이 맞았다. 영어 수업이 있는 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었다.


그때는 왜? 처벌이 비일비재했을까? 누구 하나 제재하는 사람 없고 항의하는 학생도 없이 잘못하거나 틀리면 맞는 게 일상이었다. 부모님께 말도 못 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지금 세상에 이러면 큰일 나겠지?

그래서 영어는 왠지 모를 두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아빠 덕분에 외국영화를 보며 익숙해지고 시간이 지나 무던해졌다. 처음엔 고전영화를 많이 봤다. 그러다 뮤지컬 영화를 보며 더욱 춤에도 빠졌다.

사랑은 비를 타고를 시작으로 마이 페어 레이디, 그리스, 페임 보다가 댄스 영화로 갈아탔다.

백야. 풋루스, 댄싱 히어로, 열정의 무대를 보며 댄서가 되고 싶은 꿈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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