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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숙녀

by 깨리

지하철에서 만난 꼬마 숙녀는 핑크 레이스 원피스에 새하얀 퍼가 달 린 분홍색코트를 입고 머리에 핑크 왕관을 쓰고 있었다. 말도 조용조용 행동도 조심조심하는 걸 보면 사람 많은 곳을 불편해한다.아이는 엄마만 바라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하지만 선 듯 앉지를 못하고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마음이 편치 않은지 앉지 않겠다며 거부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는 짜증을 내기 시작하고 서서히 주저앉는다. 또 다시 자리를 양보하지만 아이는 차분히 빈자리의 옆자리 사람들을 관찰하고는 고개를 돌린다. 역시나 불편하다.

엄마 다리에 얼굴을 파묻고는 숨죽여 불평한다.

내 앞의 모든 자리가 성별이 남자에서 여자로 변하는 순간 자리하나 가 나자 그제야 아이가 앉았다. 난 그 마음을 안다. 우리 집 큰딸이 그랬다. 아이는 남자 어른이 무섭고 불편한 것이다.


나는 그 꼬마 숙녀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지만 나설 수 없다. 오지랖 같아서 나설까? 말까? 고민하던 중 어느 남자 어르신이 자꾸만 꼬마 숙녀에게 예쁘다며 말을 건다. 아이는 남자 어른 말에 불편함이 점점 더 커져서 엄마 품을 파고든다. 아이 엄마는 어색함에 아이에게 한 소리 한다. "왜 그래? 예쁘다고 하시는 거야?"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기 일보 직전이다. 나는 참지 못하고 오지랖을 떨었다.

"아이가 낯설어서 그럴 거예요. 요만 때 다 그러거든요."

남자 어른도 수긍하며 더 이상 아이에게 말 거는 걸 멈춘다. 아이도 안심이 되는지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나도 큰딸에게 똑같이 대했던 거 같다. 좀 더 빨리 알아채서 챙겨 줬더라면 우리 집 큰딸도 꼬마 숙녀 시절을 무던하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그게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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