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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리 Aug 05. 2024

바라보기

유심히 바라보면 보일까?

출근길  엄마와 아기를 보았다.

처음엔 지하철 표를 기계에서 뽑는 줄 알았다.

아기엄마는 은행 CD기 앞에서 기계조작 중이었다. 그 일에 열중한 나머지 아기엄마는 뽀얀 아이를 볼 수 없었다.


회색 유모차 안에 하얀 옷을 입고  검은 머리카락에 눈이 동그란 아기가 쪽쪽이를 물고 손을 꼼지락 거린다. 엄마의 모습이 궁금한지 요리조리 몸을 들썩이며 엄마의 손동작을 관찰하고 있다. 


엄마가 왼쪽으로 움직이면 아기는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엄마의 행동을 유심히 보며 손가락을 꼼지락 거린다. 그때 엄마가 뒤돌아 아기를 보자 아기가 눈으로 웃는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나도 누군가를 저렇게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었나?

문득 귀엽고 토실토실한 얼굴이 떠오른다.

처음 엄마가 되고 뭐든지 해주고 싶었던 나는 모든 이유식과 간식을 책을 보고 있는 그대로 다해서 첫째에게 먹였다.

너무 열심히 한 덕분에 아이강호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통통하다 못해 튼실했다. 먹는 모습이 무지 귀엽고 오물오물 거리는 그 입이 너무 예뼈서 음식 만드는 게 힘들지 않았다. 잠잘 때 빼고는 늘 눈을 맞추고 말하고 노래하고 웃었다.


나는 cctv처럼 아이만 봤다.

주말부부라 혼자 아이를 돌봐야 했기에 다칠까 봐 내 눈은 아이 잘 때 빼곤 모든 시간에 너무 바빴다. 청소할 때도 음식 할 때도 화장실에서도 늘 아이를 눈으로 쫓아다녔다. 심지어 잘 때도 한 번씩 체크할 정도로 맹목적이었다.


그러다 아이와 눈이 맞주치면 내 눈은 실눈이 되어 반달모양으로 변하고 입꼬리를  올라간다. 그럼 아이는 깔깔 웃고 그 모습이 너무 어여쁘고 사랑스러워 꼭 안아버렸다.

아이도 나를 꼭 안아준다. 그 작고 소중한 온기가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면 얼마나 따뜻하고 든든한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사랑이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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