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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 Apr 12. 2024

10.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몰입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은 한경면 저지리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난번에 소개해 드린 제주현대미술관에서도 가까운 곳인데요,     

‘물방울 화가’ 김창열화백은 백남준, 이우환과 더불어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거장이라고 해요.     




1929년생인 김창열 화백은 2021년에 타계할 때까지 50여 년 간 물방울이라는 소재 한 가지에 몰입해서 작업을 해온 화가입니다.


마흔세 살 되던 해인 1972년 파리 살롱전 <<살롱 드 메>>에서 물방울 회화 <EVENT OF NIGHT: 밤 사이에 있었던 일>를 공개한 후 줄곧 물방울을 그렸는데요,

그에게 있어 물방울은 전쟁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정화와 치유의 수단이었다고 합니다.


생전에 그는 “물방울을 그리는 행위는 모든 것을 물방울로 용해시키고, 투명하게 ‘무(無)’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행위이다. 분노도 불안도 공포도 모든 것을 ‘허(虛)’로 돌릴 때 우리들은 평안과 평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을 필사하고 말 한마디 없이 하루종일 물방울만 그렸던 그는 자식들에게 가까이하기 어려운 아버지였다고 하는데요,

프랑스인 마르틴 질롱 여사와의 사이에서 난 2남 중 차남인 사진가 김오안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큐멘터리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를 동료 브리짓 부이요 감독과 공동제작했습니다.

    


식민지 시대와 해방 전후의 이념적 대립, 6.25 전쟁 등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온몸으로 겪어야만 했던 그의 이력을 살펴본다면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은데요,


물방울이라는 덧없이 사라지는 아름다움을 그림에 담으면서 트라우마를 예술로 승화하려고 했던 몸부림과도 같았던 시도를 말이지요.



김창열 화백은 1929년 평안도에서 출생하였으며 서양화가 이쾌대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습니다.

16세에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글을 남기고 휴전선을 넘어오는 위험천만한 월남을 감행했으며, 먼저 내려온 부친을 만날 때까지 1여 년간 서울의 월남민 피난 수용소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1949년에는 검정고시로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지만 6.25로 학업을 중단했고 이후 경찰전문학교 속성 과정 수료 후 제주도에 파견되어 근무했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훗날 대표작 220점을 제주도에 기증, 2016년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이 개관했다고 합니다.



1969년에는 백남준의 도움으로 프랑스에서 열린 <제7회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가했으며 이후로는 파리 인근 팔레조에 아뜰리에를 마련하여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이 70~80년대에 제작한 물방울 그림은 프랑스어판 휘가로 신문의 활자 위에 그린 물방울 그림입니다.


신문의 활자는 현실을,

물방울을 그가 추구했던 이상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물방울을 그려낸 캔버스는 신문지에서 마포, 모래, 나무판으로도 확장되었습니다.     



90년대에는 천자문을 배경으로 물방울을 그렸는데요,

어린 시절 서예가였던 조부에게 한자를 배운 그는

 “알파벳은 인간의 지혜로 만든 문자인데, 한자는 신이 만든 문자”라는 말을 남겼으며 “천자문이 물방울의 동반자로서 서로를 받쳐주는 구실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이전까지의 채도가 낮은 배경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과 형태의 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물방울 모양의 큰 유리병에 물을 담아 천장에 쇠줄로 매달아 늘어뜨린 설치미술  <Meditation> (2004)을 선보이기도 하였습니다.


2021년 92세로 타계한 김창열 화백의 유해는 미술관 근처 정원에 수목장으로 안치되었습니다.


생전에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면서 양국의 문화교류 저변 확대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1996년에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2013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2017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수상했습니다.




제주도립 김창렬 미술관에서는

그의 생애와 철학 그리고 작업을 담은 약 10분 분량의 미디어아트도 관람할 수 있는데요,

관람을 마칠 무렵 물결이 파도로 밀려왔다가 물방울로 부서지기를 반복하면서 자막으로 나왔던 문구가 유난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현자는 무위를 행하며 평온 속에 산다.

현자는 물처럼 산다.

물은 모든 존재에 봉사하고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도덕경 제 78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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