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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 Mar 22. 2024

7. 꼬스뗀뇨

냉동창고를 개조한 제주 구좌읍 갤러리 카페

제주도 동쪽 구좌읍 종달리의 해안도로를 지나다 보면 냉동창고를 개조한 카페가 있습니다.

이름은 꼬스뗀뇨(costeño).

스페인어로 '해안의', '해안 생태의'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카페 꼬스뗀뇨의 건물은 원래 냉동창고로 지어졌다고 해요.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건물을 재생건축 프로젝트를 통해 1년이 넘는 기획 끝에 카페와 갤러리로 재탄생시켰다고 합니다.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지 않고 기존의 건물을 뼈대만 남기고 리모델링해서 근사한 제주 카페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냉동창고로 쓰이던 건물이니만큼 면적이 꽤나 넓고 모양도 특이한데요,

제주에는 이런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방앗간을 개조한 대정읍의 인스밀 카페, 대중목욕탕을 개조한 서귀포의 복합문화공간 라바르, 제주시의 유동커피 소금공장점 등이 대표적이지요.


무작정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기보다 오랫동안 이용하던 건물에 시대에 맞는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서 고친 공간에는, 그곳을 이용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찾아가 보고 싶게 만드는데, 특히 꼬스뗀뇨에서는 별관 갤러리에서 근사한 전시가 자주 열리므로 섬 반대편 서쪽에 사는 제주도민이라도 마음먹고 찾아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전시 관람료는 대부분 음료 한 잔인데요,

구좌읍까지 운전해서 오느라 지친 여행자는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한 후, 바리스타가 음료를 만드는 동안 카페 안을 구경하러 들어갑니다.



현무암과 초록빛 양치류, 넝쿨 식물들이 있는 널찍한 실내는 '작은 곶자왈'이라는 컨셉으로 실내장식을 했다고 하네요.


긴 복도를 지나서 별관으로 들어가면 갤러리로 사용되는 별관이 나옵니다.



23년 9월에는 이곳에서 김강희의 사진전이 열렸습니다.

뉴욕에서 주로 활동하는 여성 사진작가라고 해요.


김강희의 사진은 어딘가 낯이 익습니다.

비현실적 이리만큼 몹시도 아름다운 장면, 언젠가 나도 본 듯한 풍경입니다.



혹시 꿈에서 보았던 장면일까요?


기억을 더듬어본다면 정확히 똑같은 장면을 본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장면 여러 개가 한 장의 사진에 압축된 작품도 있습니다.



세 개의 날개가 있는 풍력발전기에 세 잎 클로버 모양의 구름이 정확하게 걸려있네요.


대체 저런 장면을 어떻게 포착했을까요? 유명한 사진작가들은 구름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마술이라도 부리는 걸까요?


비밀은 포토샵에 있습니다.

김강희는 작품에 포토샵을 이용하는 기법으로 유명한 사진작가예요.



사진에 포토샵을 써도 되나?

안될 거 없지요.

왜 안 되겠습니까.


스스로 한 질문에 답을 내리고 픽업대로 돌아가서 방금 전 주문했던 카페라테 한 잔을 찾아옵니다.


이번에는 카페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방금 본 작품에 대해 생각합니다.


창밖으로는  구좌 바다를 배경으로 야자수가 보이고 카페 중앙에 놓인 대형 화분에서 선명한 초록빛 고사리가 원시적인 생명력을 내뿜고 있습니다.

이곳은 역시 제주입니다.   


냉동창고를 개조한 해안가 카페 코스뗀뇨.

작은 곶자왈을 형상화한 실내에서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며 방금 보았던 작품을 머릿속으로 천천히 음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혼자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다시 보고 싶어서 몇 번이나 별관으로 건너가서 작품 앞에 한참을 서 있기도 했습니다.

  



전시 관람이 아니라도 카페 꼬스뗀뇨는 혼자 떠난 제주 여행이라면 한 번 가볼 만한 카페입니다.

구좌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기분도 좋고 해변을 천천히 걸어보기에도 좋은 곳이거든요.


인스타 스폿처럼 화려한 포토 포인트는 없지만, 한적한 제주 동쪽 해안가의 여유롭고 이국적인 멋을 느낄 수 있고 관광객이 북적이지 않아서 좋습니다.


오래전 냉동창고로 사용했던 하얀색 건물 앞에 서 있으면, 과거에 이곳에서 부지런히 일했을 제주 토박이 근로자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거 같아요.


떠나온 곳과 지금 서 있는 현재를 비교해 보면서 비현실적인 기시감을 느끼는 것,

그리고 여행의 향수에 젖어보는 시간은 혼자 떠나온 제주 여행자만의 특권이겠지요!  


P.S. 2023.11.24- 2024. 2.23 카페 꼬스뗀뇨 별관 갤러리에서는 젊은 작가 5인의 ‘자신으로 살아가기’ 전시가 있었다고 하네요.

전시 현황 및 소식은 카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수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_cost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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