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키스 할 때까지 얼마나 피를 말렸는지 몰라요.
천장이 높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창가 테이블에서 록 언니가 두 손을 교차시키면서 커다란 미소를 지었다.
오후의 햇살이 반대편 바닥에 직사각형으로 드리워졌다. 담황색 타일 바닥은 먼지 한 톨 없이 청결했다.
진녹색 원피스 차림의 언니는 테이블에 한쪽 팔꿈치를 얹은 채로 편하게 앉아있었는데도 조각가를 위해서 포즈를 취한 모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조금도 흐트러져 보이지 않았다. 키가 크고 늘씬한 몸매와 매끄러운 피부에는 생동감이 넘쳤다.
어떻게 구워삶았는데? 그 까칠한 애를.
자그마하고 통통한 몸집의 중년 여성이 금테 안경 너머로 작은 눈을 반짝거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소재의 회색 블라우스와 정장 바지에 냉정하고 침착한 인상이었는데도 드물게 흥분한 기색이었다.
기회를 엿보면서 꼬박 한 달을 손만 잡고 다니다가 기습적으로 물어봤죠. 이렇게요.
록 언니는 중년 부인에게로 머리를 기울이고 입가에 귀를 댔다.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이 한 박자 쉬어가자 수영의 ‘현명하신’ 어머님은 완전히 빨려든 듯 멍한 표정에 방심한 입매를 살짝 벌렸다.
내과의사라고 했었지. 의과대학 선후배 사이인 수영의 아버지와 공동으로 병원을 운영하는데 남편이 대책 없이 벌이고 다니는 일을 수습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상견례장에서 수영의 아버지는 사돈댁 앞에서 짐짓 딴전을 피우면서도 아뭇 소리 못 했다.
- 집 가까운 데 와인 콜키지가 가능한 레스토랑이 있었거든요. 거기서 진탕 마시고 밤길을 걸어오다가 대놓고 물어봤어요.
록 언니는 우리 둘을 쳐다보면서 싱긋 웃었다.
- 진짜로 떨떠름하게 해도 된다고 하대요. 되게 비싸게 굴었어요.
중년의 여의사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부 톤에 잘 맞는 파운데이션과 차분한 색조의 입술연지는 방금 식사를 마쳤는데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두 사람의 화제는 결혼예물로 옮겨갔다.
- 난 우리 새아기한테 이것도 저것도 다 해주고 싶다. 말만 하려무나.
그녀들이 다양한 보석과 한복과 도자기가 가진 아름다움에 대해 수다를 떠는 동안 나는 혼자서 멍하니 딴생각에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