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골 오두막집의 장점과 단점
제주 날씨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8월 초, 여름 해가 이글거렸다. 칠월 한 달 내내 비가 주룩주룩 쏟아졌기에 반가운 땡볕이었다. 금세 피부가 따가워졌고 그대로 두어 시간만 놔두면 까맣게 타 버렸다.
아침 공기를 쐬러 나왔다가 어마무시한 태양에너지에 감탄하면서 간밤에 두르고 잔 차렵이불 뭉치를 들고 나왔다. 모서리가 삭아가는 마당 빨랫대를 펴고 이불을 내다 널었다.
서귀포는 초여름에 너무나 습해서 낮잠 자고 눈 뜨니 장판에 물기가 번들번들하더라는 괴담(?)도 들은 적이 있는데 과연 습하기는 무진장 습했다.
올해는 특히 이상기온으로 여름에 비가 그치질 않았다. 한라산에 툭 걸린 구름이 좀처럼 넘어가질 않아서 제주시엔 볕이 나던 날에도 서귀포 중산간엔 지겹도록 비가 내렸다.
오두막집은 나무를 쌓아 올려서 빈 공간을 두고 바닥을 만든 후 그 위에다 집을 지었기 때문에 콘크리트 집보다는 한결 쾌적했다. 나무 벽체가 알맞게 습기를 머금어서 자연 조절하므로 건조하지 않은 것도 좋았다.
하지만 여름 장마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여름 내내 에어컨을 제습모드로 풀 가동했건만 자려고 누울 때마다 숨어있던 곰팡내가 솔솔 풍겼다. 검정 양가죽 가방에는 퍼렇게 곰팡이가 슬었고 침대 구석에서도 퀴퀴한 냄새가 났다.
반가운 여름해가 쨍쨍하게 나온 날, 하루종일 햇볕을 영접하느라 바빴다.
차렵이불과 시트와 베갯잇과 쿠션커버를 모조리 벗겨서 드럼세탁기로 돌리고 마당에 돗자리를 폈다.
패브릭 소파 매트리스와 등받이를 햇볕에 널어놓고 쿠션 커버를 다 벗겨서 솜을 바짝 말렸다.
무거운 침대 매트리스를 낑낑거리며 끌고 나와서 햇볕을 잘 받도록 세워놓고 드레스룸 행거도 데크에 세워놓고 겨울 코트와 오리털 패딩과 바바리코트를 걸어놓았다.
뜨거운 햇볕과 시원한 바람에 습기를 머금고 퀴퀴해진 양모가 보송보송해졌다.
전날에도 오후부터 해가 나와서 이불을 빨았는데 드럼세탁기를 돌렸는데 용량이 적은 드럼세탁기는 솜이불을 좀처럼 탈수가 안 돼서 젖은 채로 그냥 널 수밖에 없었다.
헹굼이 잘 안 된 상태라서 세탁세제가 남아있을까 봐 마당의 스프링클러로 이불을 겨냥하고 물줄기를 뿌렸다. 근데 호스가 제멋대로 꿈틀거리며 내 쪽으로 틀어져서 되레 물벼락을 맞았다.
옷은 갈아입으면 되지만 푹 젖은 솜뭉치가 안 마르면 뭘 덮고 자나.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걱정도 무색하게 얇은 솜을 누빈 차렵이불은 땡볕에 바짝 말라 있었다.
덮고 누우니까 따스한 여름 햇볕 냄새가 나는 거 같았다.
앞으로는 이불을 세탁기에 안 빨고 여름 햇살에 널어놓기만 해도 자외선 살균소독 세탁이 되지 않을까? 이불 때라고 해봤자 자다가 흘린 땀이나 머리 비듬 정도인데 햇볕에 바짝 말리면 파슬파슬 먼지가 되어 날아가지 않을까.
나는 밤에 잠들기도 어렵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어려운 체질인데 간밤에는 이불에서 풍기는 땡볕 냄새를 맡다가 어느 사이 수마가 덮치듯 잠들어버렸다.
새벽 한 시부터 아홉 시까지 여덟 시간 푹 자고 일어났다.
수면장애로 가끔씩 죽고 싶기까지 한 나에겐 신기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