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에 보내는 갈채

숭고한 당신

by 나디아

제가 이용하고 있는(?) 건물은 꽤 낡았습니다.

그래서 시즌마다 개보수를 하느라 바쁜 모습이죠.

석면공사, 창호공사, 도색, 화장실 현대화(?) 등 굵직한 공사판이 펼쳐지고 있으니까요

지난여름엔 창호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이번 여름 더위가 어디 보통이었던가요.

공사가 시작되면 날릴 먼지, 분진을 대비하여 모든 기물은 미리 비닐보양을 해놓고

어느 날 보니 창틀이 통째로 모두 벽체에서 해체되었더군요.

폭염에 오존주의보였던 한여름, 정말 자외선은 어찌나 강하던지 타 녹아버릴 것 같습니다.

이런 날 건물 외벽에 매달려 일하는 분들을 보니 문득 죄송스러워져서 아무도 나를 안 보는데도 막 시선을 피해 건물로 들어섭니다.

선글라스 끼고 양산 들고 가지가지를 장착한 내 모습. 이렇게 목적지를 향해 유유히 이동만 해도 불쾌지수가 높아져 심신이 가라앉던 여름날이었습니다.

이런 날 온몸으로 뙤약볕을 상대하며 한낮에 일을 하다니요.

에어컨 빵빵하다 못해 서늘한 실내에서 일하는 것이 다행이다 감사하다는 표현도 왠지 부끄럽고 황송해지던 순간입니다.

정오쯤 되니 1층 로비 바닥 한편에 판이 벌어져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주어진 꿀맛 같은 점심시간인 거죠.

배달된 짜장면, 짬뽕, 냉면 그릇을 앞에 두고 놀랍게도 그분들은 꽤 여유 있어 보였습니다.

삶에 찌들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웃음이 만면하였습니다.

삼삼오오 허허허~~ 호탕한 웃음과 함께 식사시간을 즐기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트로트 가락이 잔잔하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빠르게 그곳을 통과했지만 내 뒤통수를 따라오며 울리는 그 가락,

삶의 애환을 유쾌한 멜로디로 풀어낸듯한 그 노래,

그 속에 바닥에 앉아 끼니를 때우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그저 저 가락에 온몸에 내려앉은 고됨과 시름을 실려 보내는 듯했습니다.


숭고한 당신

한 그릇의 짜장면에, 흥겨운 노래 가락에 고된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겨내고 다시 뙤약볕에 나가 몸 바쳐 일하는 당신.

생업이,

머리를 쓰든 하루 종일 컴퓨터에 앉아있든 그 무엇으로 채워가든 쉬운 밥벌이는 없음을 잘 알지만

숭고한 당신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이 미친 태양아래 굵은 땀방울 흘리며 일하는 당신

혹독한 칼바람이 몰려올 겨울에도 그 바람과 마주하며 우뚝 설 당신

당신이 진정 높고 고상함을 나는 압니다.





작가의 이전글아침 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