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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수 May 15. 2023

들꽃 편지 - 개망초

'망할 놈에 풀, 개같은 풀’이라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망초꽃은 들녘 어디에서라도 발치 아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입니다. 보잘 것 없는 잔챙이 꽃이라 ‘잔꽃풀’이라고도 불린다니 참 어울리는 이름이다 싶었어요. 그럼 ‘개망초’는 순우리말로 ‘돌잔꽃’이 되니 그 얼마나 부르기 예쁜지요. 북녘에서는 이렇게 부른답니다. ‘개나리꽃’의 ‘개-’가 흔하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을 이를 때 쓰는 말이라지만 늘 곁에 있어 귀한 줄 모르는 이치를 일깨우듯 이름처럼 무심한 자태(姿態)이지 않습니까. 내 가진 것이 남달라 한때 유쾌할 수도 있지만 오롯이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게 참 진리인 줄 압니다.  ’망할 놈에 인생‘이라 헛되다고만 할 일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아름답지 않습니까. 지천으로 피는 개망초, 쑥부쟁이가 곧 스러지고 말 인생처럼 처연하게 곱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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