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쓸수록 몸에 좋다는데, 고들빼기는 쓴 젖이 줄기 가운데 박혀 있으니 온 몸이 약(藥)이요 명줄입니다. 고들빼기 어원(語源)은 쓴 차(茶)를 줄기 가운데 품고 있다는 뜻의 ‘고도(苦荼)-박이’랍니다. 한자 荼(씀바귀 도)는 차(茶)와 어원이 같다고 하는데 차의 쌉싸름한 맛을 한껏 농축한 듯한 고들빼기 흰 액이 차의 기원이라 하여도 좋겠습니다. 순우리말로 '쓴나물', '젖나물'이라 불리는 것도 안성맞춤이라고 봅니다. 엄마의 젖처럼, 몸에 좋다는 쌉싸름한 차(茶)처럼 제 몸 다 주어 생명을 보(保)하는 밭두렁 고들빼기에게 절이라도 해야겠습니다.
처음에는 씀바귀와 고들빼기를 구별하지 못해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씀바귀와 달리 고들빼기는 잎이 줄기를 에워싸듯 자란다는 것을 알고 이 이름 모를 잡초에 눈을 주는 제 자신이 대견했더랬습니다.
제 몸을 다 내놓고 시들어 가는 민초(民草)들의 고달픈 삶이 애처롭게 보이면서 뒤안길 잡초 잎새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단맛만 좇으면 몸도 마음도 다 삭게 마련이란 걸 이제사 어렴풋하게나마 눈치를 챌 만할 즈음에 고들빼기 속을 들여다보게 된 것도 속이 제법 여문 것이랄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 덧없다 싶은 인생사가 물 흐르듯 여울지는 듯합니다. 맑디 맑은 물이 설핏 반짝이는 듯도 하여이다.